2018년 6·13 지방선거 앞두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조롱이 인천 사는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헤집었었다.
이 말을 뱉은 당사자는 '우리'가 천정부지 서울 집값에 도망치듯 모여 사는 무리로 보였을까.
'망천' 언급 뒤, 원인 제공자는 곧바로 사과했지만 자극적인 그 단어는 사람들 머릿속에 오래 남게 됐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난 2019년 8월 말부터 인천 아파트값은 무섭게 치솟기 시작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수용성'(수원·용인·성남)과 같이 인천과는 별 연관성 없던 부동산 신조어가 최근에는 '김부검'(김포·부천·검단), '수상하인'(수원은 상반기에 상승, 인천은 하반기에 상승)으로 이어졌다.
매주 집값 때문에 들썩이는 인천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이번 부동산 가격 변화로 인천 사람들은 '망천'이라는 꼬리표에서 조금 더 멀어졌을까.
아니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어떤 지역 혹은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바람에 주거 격차만 심화시켰을까. 인천 지자체, 주거 환경별로 직접 분석해 봤다.
작년 9월2일 기준으로 4억3500만원 하던 인천 연수구 A 아파트 단지 매매 평균값은 지난달 16일 기준 5억5584만원까지 올랐다.
A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은 1년도 안 돼 평균적으로 1억2084만원 시세 차익을 거둔 셈이다.
A 아파트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도 같은 연수구 소재 B 아파트에선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B 아파트 해당 기간 매매 평균 가격은 1억1788만원에서 1억1150만원으로 오히려 5.41% 감소했다. ▶관련기사 7면
인천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치솟던 9월부터 현재까지 지역 부동산 시세 변화를 주도하던 연수구의 명과 암이다.
연수구 아파트 가격은 올해 초부터 3월23일까지만 5.86% 급등했다. 이 기간 인천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이 2.89%인 것과 비교하면 꽤 차이 나는 수치다.
매매가가 오른 A 아파트와 값이 떨어진 B 아파트 사이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신도시냐 원도심이냐다.
A 아파트는 송도국제도시, B 아파트는 연수구 내에서도 원도심으로 꼽히는 옥련동에 위치해 있다.
A·B 아파트 사이 가격 변화 온도 차가 신도심, 원도심이라는 지역 특성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단지 개별 문제인가 싶어 한국감정원에 등록된 인천 연수구 148개 아파트 단지 매매 평균 가격 변화를 수집해 증감률을 분석했다.
한국감정원이 부동산테크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아파트 단지별 매매 평균 가격을 공시하는 방법을 참고했다.
부동산테크는 아파트 단지별 평형마다 '매매상한평균', '매매하한평균'으로 나눠 공시하는데, 이 두 가격을 더해 2로 나눠 특정 평형 대 평균 가격을 구한다.
만약 평형대가 다섯 종류인 아파트라면 각각 평형 평균값을 더해 5로 나눠 전체 단지 매매 평균가를 도출하는 식이다.
인천일보역시 같은 방법으로 연수구 148개 아파트 단지 매매 평균값을, 지난해 9월2일과 올해 3월16일로 나눠 두 기간 증감률을 확인했다.
지난 6개월 남짓 동안 연수구에서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상위 20위 단지 가운데 송도국제도시 단지는 모두 17곳이었다.
송도국제도시 아파트들은 주변 지역보다 비싼 가격대라 몇백만원 오른 거로는 상승률에서 별 티도 안 나는 물건들이다.
이와 달리 연수구 27개 단지는 크든 작든 해당 기간에 평균 매매가가 하락했다. 이 하락 단지 중 송도국제도시 내 단지는 4곳 정도다.
연수구 전체 아파트 단지에서 송도국제도시 단지는 37.83%(56곳)를 차지한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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