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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럼] 코로나와 '이인삼각(二人三脚)'
[제물포럼] 코로나와 '이인삼각(二人三脚)'
  • 여승철
  • 승인 2020.04.05 18:39
  • 수정 2020.04.05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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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인천의 문화예술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천의 경우 인천문화예술회관, 아트센터인천, 부평아트센터 등 주요 공연시설은 물론, 민간 공연장들도 지난 1월부터 공연·전시가 무산되거나 미뤄지기 시작한 뒤 2~3월에 예정된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됐고 모든 공연장과 행사장이 무기한 휴관 또는 폐쇄됐다.

외국 공연팀들이 예정된 내한공연을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아트센터인천에서 3월 예정됐던 독일 연주그룹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과 스코티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공연도 무산됐다. 이어지는 4월 이후 일정도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직격탄을 맞은 공연예술계는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1~2월 '보릿고개'를 어렵게 넘기고 3월 봄과 함께 각종 행사일정을 기다리던 이들에게는 가혹한 상황이다.

대관·기획공연이 취소되면서 기획사와 제작사의 손해는 그동안 투입된 비용을 회수할 방도가 전혀 없고 출연진들의 개런티는 엄두도 못낼 지경이다. 공연예술계 작가들과 기획사 대표, 출연진들은 요즘 창작의 고민보다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흔히 연인이나 친구, 가족과 '함께' 향유하는 문화라는 영화계는 올 들어 16년 만에 관객 수 최저치를 보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영화 관객 수는 172만명으로 1년 전(1319만명)보다 87.7% 급감해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 월별 매출액을 보면 2월에는 전년 대비 67.3% 줄어든 620억원이었고, 3월에는 전년보다 88.2% 줄어든 142억원으로 더 크게 쪼그라들었다.

스포츠라고 예외는 아니다. 프로축구, 프로야구는 개막이 연기됐고 프로배구와 프로농구는 리그 일정을 축소한 채 시즌을 끝냈다. 도쿄올림픽은 내년 7월로 개최시기를 1년 연기했다.

종교계도 코로나19 사태를 피해가기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천내 주요 종교시설들이 지난 2월 말부터 자발적으로 시설을 폐쇄하는 등 미사, 법회, 예배 등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

특히 오는 12일 부활절을 맞은 천주교는 주요 교구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 미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올해 부활절 연합 새벽예배를 모여 드리는 대신 각자 자리에서 메시지로 함께 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전 사회적인 '물리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려는 것이다. 불교계는 30일로 예정됐던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음력 윤 4월8일인 5월30일로 옮기기로 확정했다. 불교계가 감염병 확산으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윤달로 변경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암울하기만 한 코로나19 광풍의 한가운데서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서 격리 사태가 장기화되며 문화예술계는 공연ㆍ전시 등을 온라인 전시 생중계ㆍ무관중 공연 등으로 대체해 대중의 문화향유를 도모하고 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부분)
삼월도 지나고 이제 사월이 시작됐다. 모든 공원마저 폐쇄된 채 바이러스에 빼앗긴 들에도 봄의 전령이라는 개나리, 진달래, 유채꽃, 목련 등은 이미 우리 곁을 찾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SNS를 통해 "바이러스에 맞서는 우리의 싸움도 거대한 이인삼각(二人三脚) 경기"라며 "우리는 지금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어느 때보다 가깝다"며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사회적 협력을 호소했다.

이인삼각 경기는 두 사람이 가로선채 맞닿은 쪽의 발목 안쪽을 서로 묶고, 그 묶은 발과 바깥쪽 발로 함께 뛰는 운동경기다. 넘어지지 않고 경기를 마치려면 서로의 균형과 협조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봄을 빼앗긴 것 같은 요즈음,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마스크를 나누고, 자원봉사를 하고, 물품과 성금을 보내고 무엇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서로를 지켜주는 이인삼각의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다.

여승철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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