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무주공산이 된 용인정 지역구는 정치판에 새로 뛰어든 40대 후보들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민주당은 표 의원 자리에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하며 인지도가 크게 오른 이탄희 전 판사를 전략공천했다. 사법농단 1호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크게 실망, 출마를 결심했다는 그는 총선 승리를 계기로 '정치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이에 맞서 미래통합당은 대북인권 운동가 및 언론인 출신 김범수 전 자유한국당 용인정 당협위원장을 단수공천하며 피할 수 없는 승부를 예고했다. 여당의 경제 정책 실패로 용인지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 후보는 '경제허브도시' 구축을 내세우며 지역 발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 민중당 김배곤 후보와 친박신당 김근기 후보 등 지역 내 입지가 탄탄한 인물들도 동시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여·야 양강 구도가 아닌 다자 대결 구도로 이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선거구 경계조정으로 요동치는 선거판
오는 4·15 총선에서 용인정 지역구의 가장 큰 변수는 최근 확정된 '선거구 경계조정'이다.
도내 일부 선거구가 경계조정되면서 기존 용인정 지역구인 동백3동은 용인을로, 죽전2동은 용인병으로 옮겨졌다. 대신 용인병 지역구였던 상현2동이 용인정에 새로 포함됐다.

이번 경계조정으로 인해 용인정 지역구 내 여·야 대결이 더욱 뜨거워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경계조정에 포함된 지역구가 그동안 진보정당이 강세를 보였던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 20대 총선에서 동백3동은 약 53%(6300여표 중 3400여표)의 유권자가 민주당 표창원 의원을 선택했다. 죽전2동 역시 표 의원에게 9579표 중 5143표(약 54%)를 던지면서 사실상 진보 강세 지역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진보 텃밭이라 불리던 곳이 다른 지역구로 넘어간 점은 진보정당 입장에선 뼈아플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용인정에 새로 포함된 상현2동 역시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한선교 의원에게 1만5822표 중 7111표(약 45%)를, 민주당 이우현 후보에겐 5457표(15.8%)를 보수 강세 지역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선거구 경계조정으로 용인정 지역구 선거판이 크게 요동치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유력 후보인 이탄희 후보와 김범수 후보 모두 정치 신인이기에 아직은 어떤 후보가 혜택을 본다고 판단할 수 없다. 앞으로의 활약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지역 유일한 다자 대결…표 나뉨 변수
최근 4자 대결이 확정된 용인정 지역구는 이로 인한 '표 나뉨' 현상이 또 다른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에서 각각 2명씩 후보가 나온 탓인데, 이를 잘 막는 후보가 선거에서 경쟁력을 갖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민주당 이탄희 후보와 민중당 김배곤 후보는 진보 성향을 지닌 유권자 표심 획득에 나선다.
이탄희 후보가 표창원 의원에게 지지를 받는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민주당 영입 인재 출신인 그가 용인지역에 연고와 기반이 전혀 없다는 건 분명 걸림돌이다. 게다가 노동 분야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민중당 김배곤 후보는 노동계 쪽 확실한 고정표를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진보진영 표가 갈릴수록 민주당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합당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앞서 통합당은 공천 과정에서 김근기 후보 대신 김범수 후보를 선택한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결정에 불만을 가진 김근기 후보가 통합당 탈당 후 친박신당으로 옮겨 출마를 선언했다는 데 있다. 김근기 후보 역시 자유한국당 시절 당협위원장을 맡은 바 있어 이미 지지세력은 충분하다는 게 지역 정가 전반적인 분석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거대 양당 대결 속에서 소수정당이 얼마나 표를 획득하느냐가 용인정 지역구의 관전 포인트"라며 "실제 표 나뉨은 선거마다 변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