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등 '역사왜곡' 근거없어
도서관 책 검열 시스템 전무
지자체가 손쓰기 쉽지 않아
시민이 찾는 경기도 여러 도서관이 '위안부 비하' 등 구설에 오른 책을 소장한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으나 정작 해결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일보 12월23일자 1면>
도서관이 구입·보관 가능한 책을 선별하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공기관은 난감해하고 있다.
23일 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강제징용·성노예 등 일본군의 범죄를 정당화한 '반일 종족주의' 책이 공공도서관에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일부 지자체가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지자체는 어느 정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16곳의 직영도서관에 1권씩 둔 수원시는 열람을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도서관마다 많게 3권씩 보유한 용인시도 즉시 상황을 알아보고, 타 지자체와 의견공유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자체의 노력은 이 정도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
현행 도서관 관련법상 도서관 운영주체는 시민 정보제공의 차원에서 수집이 필요하다고 보거나, 시민의 신청이 있으면 장서를 구입하고 비치한다.
도내 지자체 직영도서관이 한해 사용하는 자료구입비만 298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폭이 워낙 방대한 환경 탓에 책 한 권을 구체적으로 검열하는 시스템이 없다.
학생들이 많이 찾는 교육기관의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도교육청 소속 교육도서관 3곳에도 반일종족주의가 있고 대출 서비스도 이뤄지고 있다.
효율적인 도서관 운영을 목적으로 한 기구, '지자체 도서관운영위원회'는 대부분 간사와 위원 자리 대부분을 공무원이 차지할 정도로 형식에 그치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한 '전두환 회고록' 책이 법원으로부터 판매·배포 금지 판결을 받은 이후까지도 일부 도서관에 버젓이 남았던 원인 중 하나다.
반일종족주의의 경우 아직 '역사가 왜곡됐다'는 지적 외에 법원 판결 등 뚜렷한 근거가 없고, 책을 읽고자 하는 일부 시민도 있어 지자체가 손쓰기 어려운 상태다.
국립중앙도서관도 이날 특별한 지침 없이 '지자체가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당분간 책 한 권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수원시민 석모(26)씨는 "책의 문제는 관점을 떠나, 아직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이 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시민의 건강한 역사관을 위해 지자체가 '논의의 장'이라도 열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시, 용인시 등 지자체 관계자들은 "우선 책이 잘못됐는지를 가늠할 기능 자체가 없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읽고 싶어 하는 일부 시민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면밀히 검토 중인데 책을 안 빼도, 빼도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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