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부끄럽다", "불쾌하다"…반박 내용 책 출간 예정
"위안부는 그들의 선택이고, 개인의 영업이었다." 일제강점기 피해 역사를 이처럼 해석하는 내용의 책이 우리 동네 도서관에 비치돼있다면 어떨까.
경기도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강제징용, 성노예 등 일본군의 범죄를 정당화해 구설에 오른 '반일종족주의'를 도서관에 비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출판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지자체가 여러 지역에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의 소장 도서를 보면 제목 '반일종족주의'라는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시가 운영주체인 시립직영도서관으로만 수원시가 16곳, 성남시 12곳, 화성 12곳, 안양 9곳, 군포 6곳, 파주 5곳, 의왕 5곳, 의정부 1곳 등이 이 서적을 구입해 비치하고 있다.
작은도서관과 위탁을 제외하면 지자체 도서관의 90%는 해당 책을 가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용인시는 남사도서관, 모현도서관 등 3곳에 각각 3권씩 둔 것으로 확인됐다. 양지해밀도서관, 이동꿈틀도서관, 상현도서관, 죽전도서관, 동백도서관 등에는 2권씩이다.
책을 고르고 소장하는 여부는 지자체 권한이지만 문제는 책의 성격이다. 반일종족주의는 일본만 악(惡)으로 보는 주의를 고발한다는 취지로 지난 7월 출간됐다.
내용의 핵심이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해 정당성을 붙여 반론하고 있다. '위안부는 그들의 선택이고, 개인의 영업이었다'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점도 부정한다.
이에 역사학계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역사 날조의 책'이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특히 책 저자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될 언행을 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공동저자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달 '한일관계 악화'를 이유로 일본군 성노예 공식사죄를 위한 수요집회 중단, 소녀상 철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수요집회가 열리는 와중에 맞불 시위를 열기도 했다.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경우, 유튜브 영상에서 '위안부는 공창제였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2004년 한 방송 매체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깎아내렸다는 지적이 일자 광주 '나눔의 집'에 방문해 할머니들에게 사죄한 적도 있다.
이 같은 배경 탓에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 속 반일종족주의 책이 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시민의 항의를 받은 지자체도 있다.
수원시민 석모(26)씨는 "역사왜곡 책이 시민이 찾는 도서관에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끄럽다"며 "3·1운동 역사 조명에 나선다고 소란스럽더니 정작 이런 걸 방치하는 지자체들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구매도 하고 시민 희망에 따라 구매도 한다"며 "시민들로부터 '불쾌하다'는 민원이 제기됐으나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읽고자 하는 시민도 있어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반일종족주의에서 주장은 전시와 평시를 동일 선상에서 보는 엉터리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반박 내용의 책을 이달 말 출간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 반일종족주의는
이영훈 전 서울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김낙년, 김용삼, 주익종, 정안기, 이우연씨가 쓴 책으로 일제강점기 벌어진 여러 피해가 '사실적 근거 없는 거짓말'로 규정하고 있다.
'식량을 수탈했다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 방식', '강제동원의 신화', '강제노동, 노예노동이었나?'. '조선인 임금 차별의 허구성', '학도지원병, 기억과 망각의 정치사' 등 목차로 나눠졌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제는 워낙 예민한 사안인데다, 최근 '강제징용 피해배상', '한·일 경제마찰' 등 이슈가 뜨거울 때 출간됐기 때문에 일본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일각에선 일본 현지에서 역사 조작, 혐한 세력 확장에 사용할 가능성 크다고 우려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비판해 국내에서 반짝 조명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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