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도호부관아 담벼락 밑에 방치돼 있는 박제순 선정비.천으로 덮여 있는 상태다. /사진제공=미추홀구

을사오적 '박제순'을 기리는 '선정비(善政碑)' 옆에 그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된다. 비석이 14년간 인천향교에 방치된 것으로 드러나 일었던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미추홀구는 지난달 군수·구청장협의회를 통해 인천시에 박제순 선정비 조치 계획을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올 초부터 구와 시는 선정비 문제를 두고 수차례 논의를 했지만 지역 전문가들로부터 자문과 조언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선정비 방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구는 시 문화재과에 여러 방안을 제시해왔다. 이번 협의회에서 구로부터 다시 요청을 받은 시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내년쯤 박제순 선정비를 옆으로 눕히고 비석 옆에 을사오적이었던 박제순의 친일행적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지역사회에서 박제순 선정비 철거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05년이다. 당시 시민단체는 인천향교에 있는 인천도호부사(인천시장)를 지낸 15명의 선정비 중에 한일합방조약에 서명한 친일파인 박제순의 선정비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철거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던 중 올 초 선정비가 여전히 인천향교 담장에 방치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단체는 다시 한 번 행정기관의 대처를 비판하고 나섰다. 선정비를 시민들이 밟고 다닐 수 있게 눕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박제순 선정비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조치 계획을 세우려고 했으나 자문 절차가 오래 걸렸다"며 "예산이 편성되는대로 내년쯤 안내판 설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