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사전투표소 대부분 이동 불편 … 점자 기표용지엔 기호만 있어
▲ 16일 남동구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인천장애인자립생활네트워크 등 관련단체 관계자들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소 모니터링 결과발표 및 대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지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인천지역 장애인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자 정보 제공부터 투표소 접근, 기표 등 전반적인 선거과정에서 이들을 위한 편의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인천장애인자립생활네트워크'는 16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직접선거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네트워크는 사전투표소 57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대부분 접근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응답자 전체(52명)의 63%는 교통편의 제공 여부를 안내받지 못했고 54%는 투표소까지 이동하는데 불편함을 겪었다고 답했다. 장애인 기표소가 1층에 있고 투표소는 2층에 있어 장애인이 직접 투표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네트워크는 이를 두고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은 사례로 선거법 위반이자 심각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 봉승용씨는 "점자 기표용지에 교육감 외 나머지 후보들은 이름과 정당을 제외한 기호만 나와 있어 미리 외우지 않으면 투표를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후보도 많아 복잡한데 장애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뇌병변장애인 정명호씨는 "기표소에 활동지원사와 함께 들어가려고 하니 인적사항까지 요구하더라"며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러 왔는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매번 죄인 취급을 당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가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올 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소 편의시설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공직선거법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를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 돼 있지 않은 게 문제"라며 "명확한 제도가 만들어질 때까지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선관위 관계자는 "교통공사와 구청에 차량 지원 협조를 구하는 등 교통편의는 신경 썼다"며 "장애인화장실과 시각장애인 기표용지 같은 문제는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