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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몸짓으로 그림을 읽다' … 17세기에도 메롱?

동서양의 지역·시대별 미술
40가지 동작으로 나눠 소개
해석 엇갈린 작품 함께 다뤄

2018년 07월 10일 00:05 화요일
▲ 17세기 전반 네덜란드 작가 헨드릭 테르브뤼헌의 '그리스도를 조롱하는 병사(왼쪽)'와 1617년 로마 시몽부에 '여자 점쟁이'. /책 <몸짓으로 그림을 읽다> '놀리다' 편 발췌
▲ 미야시타 기쿠로 지음, 이연식 옮김, 재승출판, 288쪽, 1만5400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명화로 다양한 몸짓이 담긴 그림이다. 그리스도는 체포되기 전날, 예루살렘에서 열두 사도와 식사를 하다 갑자기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라고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레오나르도의 그림은 이 말을 들은 사도들이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으로 경악과 동요, 의심과 분노 같은 여러 감정을 사도들의 몸짓과 표정에서 읽어낼 수 있다.

약 100년 뒤에 베네치아의 화가 틴토레토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서는 그리스도가 일어서서 제자들에게 빵을 나눠준다. '배신의 고지(告知)'에 의한 동요는 사라지고 '성찬식의 제정'만이 주제가 됐다. 프로테스탄트들이 영성체의 정통성을 부정하자 가톨릭 측에서 16세기 후반에 시작된 대항종교개혁을 통해 영성체를 더욱 강조했던 경향이 이 그림에 담긴 것이다.

미술에서 대표적인 몸짓과 동작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슬픔과 놀라움, 분노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 둘째는 축복을 하거나 팔짱을 끼는 것과 같은 의례적이고 관습적인 몸짓과 정적인 포즈, 셋째는 먹거나 춤추거나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동작과 운동이다.

<몸짓으로 그림을 읽다>는 미술에 표현된 달리다, 춤추다, 머리를 빗다, 때리다, 밟다, 불다, 입을 맞추다, 먹다, 떨어지다, 돈을 내다, 손을 잡다, 부끄러워하다, 놀리다, 화내다, 절망하다, 웃다, 기도하다, 길게 눕다, 잠자다, 턱을 괴다, 선서하다, 팔짱을 끼다, 머리에 손을 얹다, 하늘을 가리키다, 침묵하다 등 40개의 몸짓과 동작에 주목하여 그림 속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등 몸짓언어가 담긴 동서양의 작품을 폭넓게 소개한다.

미술에 등장하는 인물은 몸짓을 통해 의미를 전하고, 보는 이는 등장인물의 그것을 통해 장면을 이해하게 된다. 일상에서 주고받는 말을 뒷받침해주던 몸짓과 동작은 미술 작품에서 하나의 언어가 되어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누군가의 몸짓, 혹은 사인을 오해하여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일으켰던 경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아차린 정황처럼 미술 속 인물의 몸짓과 동작도 언제든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등장인물의 손짓이 가리킨 인물을 둘러싸고 의견이 갈렸던 작품을 함께 다루고 있다.

저자는 미술에서 움직임을 포착할 때는 가장 효과적인 한 순간을 표현할 필요성을 주목한다. 그래서 전후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포즈를 주로 묘사했다. 운동을 표현한 경우에도 효과적인 포즈가 정해져 있었지만, 정적인 몸짓에 비하면 예술가들이 역량을 발휘할 여지가 많았다. 같은 운동이나 동작이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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