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종군기자와 배우 … '파란눈'으로 본 한국전쟁
운명적 모험 앞에 두 쌍의 남녀가 겪는 사랑과 갈등, 이해와 대립의 극적 구조는 책의 시야를 인간과 세계, 구원의 문제로까지 확대해 내고 있다.
<마릴린과 두 남자>는 한국전쟁을 주요 시대적 배경으로 이념 갈등을 겪는 인간 군상들이 어떻게 대립적 국면을 통해 새로운 인식관을 갖게 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겪고도 그간 우리가 무엇을 사유하지 못했는지 격동의 한반도 정국에서 성찰의 계기를 던져준다.
저자는 '3만 피트 상공'에서 전쟁문학이라면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눈물 한 방울 없이 매우 건조한 시선으로 한국전쟁을 조망한다.
저자는 "한국전쟁은 한국인이 직접 겪은 전쟁이고 지금도 정전(停戰)일 뿐 여전히 진행중이다 보니 한민족에게는 무엇보다도 전쟁에 대한 한(恨)이 깊은 탓에 그 전쟁을 객관적인 눈으로 또 냉철한 이성으로 보지 못해왔기 때문에 '3만 피트 상공'에서 살펴보려 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특이점이자, 강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은 종군기자들이 느낄 법한 진실을 향한 고뇌를 잘 엿보여주며, 그로 인해 극대화되는 갈등 국면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카메라의 눈과 사람의 눈, 즉 육안(肉眼) 중 어느 것으로 볼 때 진실을 더 잘 볼수 있을 것인가? 카메라는 무엇을 담아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 바로 그것이다.
두 종군기자 간의 대화 중 "내게는 두 개의 눈이 있소, 현상을 보는 눈과 진실을 보는 눈 말이오. 카메라와 육안 중 당신은 어느 눈이 진실을 볼 것 같소?"하는 대목은 진실을 향한 저자의 고뇌가 담겨있다.
저자는 작품을 쓴 이유에 대해 "이 같은 문학적 시도가 한반도의 극단적 대림을 완화 또는 종식시키고, 정전 65년을 맞이한 한국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기원과 맞닿아 있다"며 "우리에겐 지금보다 더 이성적인 시대를 살아갈 책임과 의무가 있고 평화를 위한 한반도인의 의무가 해태됐을 때 전쟁은 또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 전경일은 1999년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시 '눈 내리는 날이면' 외 2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한 장의 그림에 얽힌 욕망과 구원의 서사시인 장편소설 <조선남자>와 베스트셀러 에세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 조선화가의 삶과 예술 혼을 그린 <그리메 그린다>, 일본의 한반도 침략사를 정리한 현대판 징비록이라 평가받는 <남왜공정> 등 30여권의 저작활동을 해오고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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