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환경부 '허용' 지침 … 아직 시행 안 해
"조례개정·예산문제 복잡해 제도운영 어렵다"
"타 지역 종량제 봉투는 사용하실 수 없어요. 저희 지역 봉투를 새로 구입하셔야 됩니다."

최근 인천 남동구로 이사 온 이모(34)씨가 전 거주지에서 쓰다 가져온 쓰레기 종량제 봉투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서울과 경기도 등 대부분 지역에서는 타 지역 종량제 봉투 이용이 가능해 이사 오면서 봉투를 환불하지 않고 가져온 게 잘못이었다. 동 주민센터에 문의한 결과 남동구에서는 타 지역 종량제 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이모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이사 오기 전에 옆집 이웃에게 종량제 봉투를 주고 올 걸 그랬다"며 "새로 돈을 주고 구입하려니 아깝다"고 말했다.

인천 일부 지역에서 타 지역 종량제 봉투를 허용하지 않아 전입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6일 인천 지자체들에 따르면 현재 10개 군·구 중 남동구, 연수구, 옹진군은 타 지역 종량제 봉투가 허용되지 않는다. 연수구의 경우 송도로 새롭게 이주해 오는 전입자들이 많아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환경부는 2015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지침을 개정하고, 각 지자체에서 타 지역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허용하도록 했다. 그동안 전입자들은 종량제 봉투를 환불하거나 새로 구매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또 쓰지 못하는 종량제 봉투를 해결하는 문제도 골치였다.

이에 중구, 남구, 동구, 서구, 부평구, 계양구, 강화군 등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입자들을 대상으로 타 지역 종량제 봉투를 규격 별로 20장까지 허용하기 시작했다. 동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할 때 인증 스티커를 받아 부착하면 다른 지역에서 사용하던 종량제 봉투를 사용할 수 있다.

서구는 지난해 직인이 찍힌 스티커 1만장을 제작했으며 예산으로 스티커 제작비용 55만원이 들었다. 동구는 이마저도 불편하다는 주민 민원이 접수 돼 지난해 12월 조례를 개정하고 쓰레기 수거업체와 협의해 별도의 스티커 없이 타 지역 봉투를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지역들은 환경부의 권고와 주민들의 민원 제기에도 제도 시행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민원이 종종 들어오지만 조례 개정과 예산 문제 등 절차가 복잡해 제도 운영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연수구 또한 제도 운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환경부의 종량제 지침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실이 발표한 국민·기업 추천 규제개혁 대표 사례 중 최고의 규제개혁 사례로 뽑혔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