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군 슬픈 유가족
몇몇 조문객 긴 한숨만
간혹 지방서 단체 상경
▲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 설치된 추모조형물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수연 기자 ksy92@incheonilbo.com
"1000일이 다가오지만 끝까지 기억하고 함께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2시5분쯤 '4·16 기억의 교실'이 이전 설치된 안산교육지원청 앞에는 천안에서 올라온 40여명의 시민들이 분노의 기억을 찾고 있었다.

이 곳에 단체로 온 시민들은 이들이 처음이라고 기억의 교실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발생 1000일을 앞두고 999일 기억순례에 나선 단체이다.

천안 대책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을 앞두고 있다. 이전에 개별적으로 조문했던 것에서 1000일을 기리는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기억순례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1~2층으로 임시 이전한 단원고 4·16기억교실의 입구에는 이들외에도 손에 꼽을 정도의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 조문객들이 교실을 둘러볼뿐이었다.

이날 이 곳을 찾는 이들이 적어서인지 기억의 교실은 한참동안 적막감속에 간혹 조문객들의 긴한숨만 흘러나왔다.

유가족으로 보이는 40대 여성 조문객은 참사로 숨진 세월호 아이들의 책상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떨구고 슬픔을 억누르고 있었다.

4·16 기억교실 2층에는 '별이 되어 떠난 꽃들을 기억하며'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각각의 교실 문에는 반 아이들의 희생학생 수와 생존학생 수가 적혀있었다.

희생학생 20명, 생존학생 2명.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숫자들이 기록돼 있었고, 칠판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의 글과 그들을 그리워하는 글들이 가득했다.

책상에는 생일을 축하하는 꽃바구니, 양말, 사진 등이 놓여있었다.

'우리 가족은 항상 함께 하는 거야. 외롭지 않게 넣어놓고 갈게'라는 메모와 함께 놓아 둔 가족사진. '별이 돼 하늘을 비추고 있을 내 딸아, 내 아들아, 외롭지 않게 영원히 지켜줄게'라고 새겨놓은 학생 한명 한명의 사진들만이 조문객을 맞이했다.

조문객들은 사진들 보며 못다 핀 꽃과 같은 아이들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

교실 밖 복도 벽 한 켠 에 붙여져 있는 포스트잇 속 메시지에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현 시국을 비판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었다. 그 벽 앞에 서서 방명록을 남기고 있는 초등학생은 한참 동안을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찾은 화랑유원지 내 정부합동분향소. 분향소 안에는 아이와 함께 조문 온 몇몇 가족들의 모습만 눈에 띄었다.

이들이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국화를 집어 들어 희생자들을 기억하고자 조문하는 모습에서 답답함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분향소 한 쪽에는 희생자들이 남긴 당시 상황을 사진과 영상으로 전시하고 있었고,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도 진행 중이었다.

이 곳의 시간은 2014년 4월16일로 멈춰있었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