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신포동 속태우는 원주민 … "둥지 내몰림 막자"
▲ 개항장 문화지구거리


신포 로데오 거리 ~ 차이나타운 동네 활성화 … 집값·임대료 상승 '예술가·상인 속앓이'
인천문화재단 '해법 찾기' 포럼 … 조례 제정·마을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대책들 제시


서울의 홍대 앞거리,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의 문제로 꼽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된 도심 지역에 문화 예술인 등이 들어와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 상권이 활성화되자 지가와 임대료가 상승해 내몰리는 현상)이 인천 중구 신포동 일대에서 나타나고 있다.

동네가 활성화되자 부동산 시장은 기대 심리로 꿈틀대고 있지만 이곳에 터를 잡은 예술인과 상인들은 임대료 상승 문제로 속앓이 중이다. 인천은 이미 2000년대 초반 구월동에 문화의 거리를 조성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은 바 있다.

인천종합문예회관이 근처에 위치해 문화 예술인들이 몰려들어 밴드 연습실과 작업실 등이 즐비했으나 건물 임대료 상승으로 모두 떠나고 프랜차이즈 가게들과 유흥업소만 남게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천문화재단은 이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서울 등 타 지역을 한차례 휩쓸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살펴봤다.

동네활성화 빛과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 프렌차이즈 카페들로 빼곡한 신포동 로데오거리


인천 중구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체감하고 있는 곳은 신포 로데오 거리 입구에서부터 중구청 앞 개항장 거리를 지나 차이나타운까지다.

구역 별로 건물 매매가와 임대료의 차이가 있지만 주변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에 따르면 "2~3년 사이에 평당 1000만원 이하였던 건물 거래가격이 최대 15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신포동은 한때 인천의 명동으로 불리면서 전성기를 맞았으나 시청과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침체를 겪었다.

그러던 중 문화 예술인들이 모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활동을 펼치면서 죽어있던 동네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으며 중구는 2011년 개항장 일대를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건물 임대료는 해마다 조금씩 올랐고 최근 수인선 개통의 영향으로 더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건물주가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료를 올려달라 요구했다"며 "협의 끝에 건물주가 제안한 가격보다 조금 낮게 임대료를 결정했지만 2년 후에는 나가야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사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건물 임대료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갤러리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동네가 활성화된다는 이유로 건물주와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 타 지역 사람들이 들어와 기존에 있는 사람들을 내쫓는다"며 "실제로 주말 외에는 거리에 사람이 적어 큰 경제효과가 없는데 건물 임대료가 오르도록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큰 문제는 특색 있는 동네의 풍경이 사라지고 동일화되는 것이다.

서울 신촌은 2000년대 전 만해도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잘 나가는 지역으로 꼽혔으나 상권이 전성기를 맞아 임대료가 오르면서 소규모 상인들은 쫓겨났다. 거리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게들만 남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미군부대와 남산 등이 위치해 재개발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소박한 동네 고유의 분위기를 유지했으나 2006년 지하철 6호선 개통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땅값이 올랐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원주민들과 작업실을 소유한 예술인들은 떠났고 지금은 각종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빼곡히 들어찼다.

인천 중구 일대는 근대건축물과 함께 개항장의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잃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인천문화재단이 지난 6월30일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개최한 목요문화포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와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포럼에는 경제·건축 전문가, 지역신문 기자, 서울 성동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하운 ㈔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는 "얼마 전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화해보니 이 주변 건물 거래가 어느새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었다"며 "외부인이 진입해 싼값에 건물과 땅을 구매한 후 비싸게 팔고 나가버리면 지역 경제에 기여하지 않고 모든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해지면 노점상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거나 지하철역에 남아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식으로 공공분야에서 공급을 맡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는 일본의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의 쿠라시키는 1970~80년대 특정 지역으로 인구가 쏠리면서 쇠퇴기를 맞았으나 오래된 건축물 등 고유 자산을 활용해 지역을 활성화 시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목할 점은 민간 중심으로 '쿠라시키 마을만들기 주식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고 시가 사업에 필요한 공적 업무를 지원한 것"이라며 "인천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좀 더 장기적으로 보고 마을 협의체를 구성해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며 전국 최초로 공포 시행에 들어갔다.

고선근 성동구청 지속가능정책팀장은 "2004년 조성한 서울 숲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났다"며 "2014년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동구가 지난해 11월 건물주, 임차인과 체결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약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현재 55%의 건물주가 상생협약에 참여했으며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설명회와 지역 공인중개사를 참여시켜 자정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또한 법률·세무지원단 운영, 부동산중개업자 교육, 임차인 권리인식 교육 등을 통해 임차인의 대항력을 높이고 구 재정과 공공기여를 통해 안심 상가를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응하고 있다.

고 팀장은 "성동구도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법안이 없기 때문에 일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구 내에 '지속가능도시추진단'을 만들어 조례 재·개정 등 정책 개발을 수립하고 학술 연구와 홍보, 토론회 등을 진행하며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