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99press


디자이너 이재영씨 '1인 출판' 시도
탈북 청소년 등 '하고 싶은 말' 담아
2012년 인천과 인연·남동구서 작업


6699press

좋은 글을 담는 큰따움표를 뜻하는 '6699press'는 디자이너 이재영씨의 1인 출판사로 인천 남동구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기성 출판에서 보지 못 했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독립출판을 시작했다. 6699press의 책들은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을 전하는 것이 목적인 그의 취향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총 6권의 책이 나왔다. 첫 시작은 탈북 청소년들과 작업한 책 <우리는 서울에 산다>였다. 그동안 각종 미디어를 통해 탈북자들을 접했지만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이야기들만 소개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재영씨는 북한에 고향을 둔 탈북 청소년들이 서울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했다. 책은 그가 직접 탈북자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에서 진행한 '서울워크숍'의 내용들로 채워졌다. 탈북 청소년들과 그림을 그리고 소통하며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재영씨 본인보다 더 세련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들도 우리와 다름 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서울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책에 담았다. 이후 6699press의 세 번째 책으로 탈북 청소년들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쓴 <우리는 서울에 산다-친구에게>가 출판됐다.

이재영씨가 인천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2년도다. 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배다리 헌 책방 거리를 찾았다. 그러던 중 스페이스빔을 만났다. 때마침 대안공간과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인천에도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단순히 거주지로 여겼던 인천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당시 스페이스빔에서 활동하던 작가들과 민운기 대표를 만났고 그 인연을 계기로 스페이스빔에서 발행하고 있는 인천 도시 문화 비평지 <시각>의 편집과 디자인을 맡게 됐다.

4년째 작업 중인 이재영씨는 <시각>지에 가끔 글을 기고하기도 한다. 좋은 내용의 글들을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자 목표다.

6699press가 인천을 기반으로 한 출판사라는 것을 알린 책은 지난 2014년에 발간한 <느릿느릿 배다리씨와 헌책수리법>이다. 배다리씨가 화자로 등장해 주변의 흔한 도구로 헌책을 쉽게 수리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이재영씨와 인천에서 활동 중인 작가 김보리, 이야기씨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헌책과 배다리에 애정이 깊었던 세 사람은 동네를 알리기 위해 '느릿느릿 배다리씨와 헌책잔치'를 기획했다. 지역주민뿐 아니라 누구든지 배다리를 찾아와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잔치의 방향을 정하면서 헌책방 사람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2대째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미서점 사장님께 헌책을 수리하는 노하우를 배웠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헌책 수리법을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배운 내용들을 사진과 글이 담긴 '헌책을 위한 응급수리법'이라는 콘텐츠로 잔치에서 소개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고 내용을 보완해 책으로 내게 되었다. <느릿느릿 배다리씨와 헌책수리법>을 통해 낡고 오래된 책이 얼마든지 재생산될 수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이 사회에 없었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독립출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재영씨는 6699press를 통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나의 축적된 이야기로 소통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 세든서점


편집자 김우영·디자이너 전수민씨
독자 취향맞춤 서점 프로젝트 기획
카페·가게 등 공간에 '세들어' 판매

 

 


세든서점

이름 그대로 세를 든다는 뜻의 '세든서점'은 인천에 위치한 모노그램 커피, 극장 앞 갤러리 카페, 인조이 스토어에 자리를 잡았다.

각기 다른 장소를 찾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고려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것이 세든서점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모노그램 커피는 커플, 가족단위 등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책을 두었다면 극장 앞 갤러리 카페에는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영화리스트를 볼 수 있는 책이 비치돼있다.

책을 좋아하는 편집자 김우영씨와 디자이너 전수민씨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 형태의 세든서점은 이주 전 모노그램 커피에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세든서점을 준비하면서 두 사람은 고민이 많았다. 독립출판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독립출판 서점이 많이 생겨났지만 그 사이에서 기존의 것들과 다른 형태의 서점을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책들을 한 번에 모아서 파는 서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느껴 공간에 어울리는 책을 큐레이팅 해주는 서점을 생각해냈다.

세든서점의 책장 또한 서점의 특색을 나타내고 있다. 바퀴가 달려있어 이동이 간편한 책장은 공간에 세를 들기 위해 어디든지 갈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다.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사이즈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인천에 있는 독립출판 서점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인천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소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인천 북성포구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아 모여들었던 새우젓골의 이야기를 담은 책 <새우젓골 이야기>가 책장에 꽂혔다.

세든서점은 아직까지 공간을 더 확장할 계획은 없다. 책 판매 보다 기존에 있는 공간에 세를 들어 하나의 이벤트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도 따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누군가 세든서점의 책장 앞에서 책 한 권을 오래 들여다보면 기분이 좋다는 김우영, 전수민씨는 사람들이 책을 관심있게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책은 책장에 있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책이 많이 팔리는 서점보다는 한 권 한 권의 책들이 꽂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해주는 이들이 많이 찾는 서점이 되는 것이 세든서점의 목표다.

<6699press가 내놓은 책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던 순간들, 57일간의 산티아고

- 저자 박혜미

이재영씨가 박혜미 작가의 산티아고 여행기를 읽고 먼저 출판을 제안한 책이다. 멋진 풍경의 사진들로 채워진 보통의 여행책들과 다르게 글이 돋보인다. 풍경을 보러 다니는 여행이 아닌 진짜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책이다.

▲여섯

- 저자 6699press 편집부

게이 여섯 명과 그들이 커밍아웃한 이성애자 친구 여섯 명이 짝꿍을 이뤄 각자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프로젝트다. 디자이너, LGBT 서점지기, 소상공인, 사진가, 기자, 작가, 음악가, 만화가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커밍아웃 이후 '게이-친구'라는 주제를 짝꿍 둘만의 이야기에 담아 다양한 방법과 온도로 표현했다.

▲괜찮아

- 저자 명난희

명난희 작가가 본인에 페이스북에서 시작한 '괜찮아' 연작 시리즈다. 100일간 매일의 그림을 그려 누군가에게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한 장, 한 장 쌓여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모든 괜찮지 않은 순간들에 필요했던 한 마디, 일상의 위로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든서점이 세를 든 공간과 위치>

▲MONOGRAM COFFEE(모노그램 커피)
인천 중구 선린동 24-3
032-765-3469
https://www.facebook.com/monogramcoffeeKorea

▲극장 앞 갤러리 카페
인천광역시 중구 경동 240-64
032-772-9505
https://www.facebook.com/infrontoftheater

▲인조이 스토어
인천광역시 중구 샛골로 43번길 34-2
https://www.facebook.com/injoystore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