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


영화의 서두는 동화 같은 분위기로 시작한다. 삭막한 서부 하늘을 별들로 수놓은 밤하늘이 등장하고, 옛사랑을 회상하는 주인공 제이의 모습은 따뜻한 이야기를 예상케 한다. 다채로운 풍경과 듣기 좋은 선율은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제목에서도 보여지듯 영화 '슬로우 웨스트'는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다. 대부분의 서부영화는 총잡이와 카우보이를 내세워 긴장감과 스릴에 집중하지만 이 영화는 서부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제이(코디 스밋 맥피)의 감성적인 면모를 보여주는데 중점을 둔다.

'슬로우 웨스트'는 무법자 사내 사일러스(마이클 패스벤더)와 사랑을 찾아 떠나는 순수한 소년 제이의 서부를 향한 동행을 담았다. 두 사람의 여정은 느리다. 항상 타고 다니는 말 또한 빠르게 달리는 법 없이 뚜벅뚜벅 함께 한다.

제이는 사일러스와 서부를 가로지르며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겪고 목숨을 건져 살아나는 방법을 터득한다. 얼핏 보면 제이가 사일러스에게 삶의 생존법을 배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폭력과 무법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순수한 영혼을 가진 제이에게 사일러스는 동화되고 만다. 전형적인 이야기라면 서로가 영향을 받아 닮아가거나 소년의 성장과정을 보여줬을 것이다. '슬로우 웨스트'가 서부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감독 존 매클린은 독특한 연출을 보여준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사일러스의 내레이션은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것을 암시한다. 제이 스스로 과거를 회상하지 않고 사일러스의 내레이션 위에 제이가 살아온 삶의 여정을 등장시킨다.

전혀 반대의 모습을 한 두 사람의 교감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액션이 아닌 사람들의 오고가는 대화와 풍경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기존의 서부영화가 가진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다.


영화의 후반부는 전반부의 서정적인 전개와 달리 박진감 넘치는 총격전으로 강렬함을 선사한다. 증오와 폭력으로 가득 차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감행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잃지 않는 제이의 모습은 마음을 울린다.

'슬로우 웨스트'는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알려진 2015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셰임', '노예12년', '엑스맨'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할리우드 톱스타로 자리 잡은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가 설립한 영화사 DMC 필름의 첫 장편영화이기도 하다.

메가폰을 잡은 존 매클린 감독은 그동안 단편영화를 연출해오며 쌓아온 본인만의 독창성을 '슬로우 웨스트'를 통해 드러냈다. 서부영화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자 했던 그의 열정이 잘 드러나 있다.

영화는 지난 8일 개봉했으며 CGV 아트하우스 10월 라이브 톡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천 남구 예술영화관 영화공간 주안에서도 상영 중. 15세 이상, 84분.


/김신영 인턴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