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의 삶 ▧
우리 주위에는 남모르게 선행을 실천하는 이웃들이 많다. 복지관에는 지난 수년간 변치 않고 매월 사랑의 쌀이 농협으로부터 배달돼 온다. 익명의 후원자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복지사업에 사용하라고 보내주시는 것이다. 몇 번씩 찾아뵈려 하였으나 후원자의 간곡한 뜻을 존중하여 찾아뵈려는 노력을 포기하였다.

지난 봄에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과 요양원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족잔치를 열었다. 행사 후 외근을 다녀와 보니 후원자가 후원금을 기탁하고 가셨다. 후원금 영수증에 기입된 주소를 보고 고마움을 전하러 찾아 갔다. 후원자는 제조업을 하는 분이었고 공장 한 켠 사무실은 참으로 검소함이 묻어났다. 얼마전 교통사고로 가족들이 병원에서 재활중이라고 하면서 본인도 어렵지만 부모님 생각이 나서 조그만 성의를 낸 거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소중한 마음들이 모여 지역내 소외계층에게 좀더 따뜻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복지사업을 함께하고 있음에 감사한다.

어떤 이들은 복지사업을 한다고 하면 이런 말을 한다. "본인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야지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옛말이 있듯이 경제도 어려운데 나라가 세금을 너무 많이 복지사업에 쓰는 게 싫다."

시장경제에서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 아니냐는 논리이다. 그러면서도 인천공항을 비롯하여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고속도로와 인천대교, 송도신도시, 그리고 몇 백억씩 들어가는 문화복지시설의 확충 등은 국가경제와 국가 위상을 위해 좋은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빈곤 소외계층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사회간접시설에 막대한 세금이 대출된들 이분들 입장에서는 TV속의 눈요기일 뿐이다.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공항에 갈일이 있겠는가. 자가용이 없으니 교통난이나 주차난은 남의 얘기이다. 월드컵경기장이나 공연장을 비롯한 문화시설들은 비싼 비용 때문에 이용이 어렵다.

경제형편의 유무와 관계없이 국민은 누구나 인간적 삶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고환율과 고물가, 고유가, 높은 실업률,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금융대란과 주택문제 등으로 서민 삶만 한없이 추락하는 가운데 있다. 요즈음과 같은 시기에는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경제와 민생을 위해 국가가 시장에 적극 개입 할 수밖에 없다. 민간은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사회복지법인의 대부분이 소외된 이웃을 위한 선행과 자선의 마음에서 시작하여 기본재산을 출연하고 어렵게 운영해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복지법인을 운영하다보면 선의의 뜻을 가진 후원자들이 복지법인을 만들고 싶어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적지 않은 재산을 출연하여 법인을 만들고 싶어 하나 행정절차도 어렵고 시설을 만들고 나면 현재의 사회복지법으로는 출연자가 시설에 근무하지 않는 한 생계를 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좌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인이 정부지원이 있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정부의 필요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고 위탁 또는 보조금 지원형식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주민복지 관련시설을 설치 운영하려 해도 부족한 지방재정으로는 어려움이 있기에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민간이 귀중한 재산을 출연하여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운영한다면 적극적인 행정지원과 배려를 요청한다. 공익법인은 출연되는 순간 개인재산이 아니라 소중한 공익재산이다.

부동산으로 출연하여 만들어진 사회복지법인에 무리한 자기부담을 요구하는 것도 자재하길 요청한다. 일부 법인에서 비합리적인 운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비영리법인은 자선과 복지의 실천을 위해 출연된 뜻대로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을 출연해 복지법인을 만들 땐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선의의 뜻으로 자선과 자원봉사로 시작한 훈련된 봉사자와 후원자가 더 큰 꿈을 가지고 사회를 향한 복지관련 사업에 헌신할 수 있도록 행적적 지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김광용 계양종합사회복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