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수차례 제안 … 정부 지자체 권한 이양< br>돼지열병, 국내 유입 사례 없다는 이유로 제외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을 잇달아 겪으며 얻은 '중앙-지방정부 협력'이라는 교훈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감염여부를 파악하려면 같은 경기지역인 수원시의 실험실을 놔두고 수백㎞ 떨어진 경북 김천시를 오가는 '원정 검사' 문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인천일보 10월 4·7일자 1면>
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마찬가지의 동물 감염병인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는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가 음성·양성 여부, 즉 '확진 판정'을 하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다. 애초 두 감염병은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방역체계와 똑같이 농림축산검역본부만 확진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었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의 심각성이 국내에 떠오른 2013~2014년, 경기도 등 일선 방역기관 및 전문가들은 '지방정부 검사권한 이양'에 대해 수차례 논의하고 정부에 제안했다.
당시 조류인플루엔자는 의심 가축이 발생하면 지자체 방역관이 현장에 파견돼 시료(혈액 등)를 채취하고 용기에 포장했다. 이후 차량을 이용해 검역본부로 수송했다.
하지만 시료 채취마다 경기도로부터 수백㎞ 떨어진 경북 김천시로 가야 했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이 봇물 터지듯 제기됐다.
시료가 고속도로나 국도를 오가는 과정에서의 확산 우려도 나왔다. 앞서 발생한 구제역 사태 때도 이 같은 상황 탓에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정부는 이에 2013년 8월 구제역, 2015년 3월 조류인플루엔자의 검사권한을 지자체에도 이양했다. 반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국내 유입 사례가 없다는 사유로 이양 항목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9월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열린 방역 관계자 간담회에서 경기도 등 지자체 시험소의 BL-3(생물안전3등급실험실)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음에도 정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구제역도, 조류인플루엔자도 지역 곳곳에서 사투를 벌였으나 검사 기능은 중앙이 갖고 있어서 신속성이 떨어졌다"며 "중앙은 '지방의 전문성'을 근거로 난색을 표하곤 하는데, 전문인력 등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는 본보가 지속해서 보도한 수원 소재 동물위생시험소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사 실험실 실태와 관련, 정부에 검사권한 이양을 요구할 방침이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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