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틀 앞둔 수원역
"친정엄마 볼 생각에 설레"
"3년만에 함께 보내게 돼"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오랜만에 볼 가족과 친지에게 줄 선물꾸러미를 한 아름 안은 시민, 밝게 웃으며 기차 시간 임박에 뛰는 시민. 모두가 들뜬 마음을 안고 고향으로 향했다.

추석을 이틀 앞둔 10일 오전 10시 수원역 매표소. 모처럼 추석 연휴에 맞춰 휴가를 나온 군인들이 고향으로 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가족과 친척들을 자주 보기 힘들었는데 이번 휴가에 모두 다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밝게 웃었다.

표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귀성인파 속에서 만난 윤민규(21)씨. 그는 "지난 설날 때도 입시 공부를 하느냐 고향을 가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하기로 했는데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친척 형과 동생들과 함께 명절을 보낼 생각 하니 오랜만에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다"고 했다.

기차표를 산 귀성객들은 기차역에 마련된 특산품 매장에 들리거나 대합실로 향하는 등 발걸음을 재촉했다.
양손에 바리바리 싼 보따리를 들고 서 있던 조정임(66·여)씨는 "친정엄마와 친지들 볼 생각에 설레네요"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고향이 전라남도 신안이라는 조정임(66·여)씨는 "93살 친정엄마가 고향에 있어 매년 명절만 되면 7남매가 다 모인다"며 "명절에나 얼굴을 보는 만큼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 나누면서 회포를 풀겠다"고 기대했다.
3년 만에 고향 집을 찾는다는 귀성객도 있었다.

김상민(36·수원)씨는 "교대근무를 하는 직업이라 명절 때마다 고향에 가지 못해 부모님께 늘 죄송스러웠다"며 "3년 만에 가족과 함께 추석 연휴를 함께 보낸다. 늘 외로운 명절이었는데 이번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등으로 몸은 고향으로 향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이들도 있었다.

이승원(41)씨는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추석 연휴 기간 가게 문 닫고 고향에 간다"며 "부모님과 친척들 봐도 마냥 기분이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세호(50)씨도 "부담스러워 선물은 점점 안 주고 안 받게 된다"며 "친지들 보기보단 명절에 돈벼락이라도 맞고 싶다"고 했다.

한편 한국교통연구원은 이번 추석 연휴인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3356만명이 귀성길에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경훈·김도희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