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기도당 정책 페스티벌 당원 건의안→ 중앙당 수렴
지역정당의 '숙의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있다. 일반당원이 제안한 정책을 지역정당의 주요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중앙당은 이를 당론으로 결정하는 '정당 민주주의'가 진일보하고 있다.
3일 민주당 경기도당에 따르면 도내 60개 지역위원회는 지난달 위원회별 정책페스티벌을 열었다. 정책페스티벌은 당원들이 스스로 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그간 중앙당에서 결정한 정책에 따르는 '하향식 정책' 추진이 아닌 당원들로부터 시작된 정책이 당의 공식 정책이 되는 '상향식 정책' 수립 방식을 도입했다.

도내 60개 지역위원회는 그간 토론의 결과로 뽑은 1개 정책을 도당에 제안했다.
도당은 이중 예선을 거쳐 14개 지역위원회의 정책을 선정했으며, 이날 수원컨벤션센터에서 '2019 민주당 경기도당 정책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경기도의원과 도내 기초의원, 도당 당직자 등으로 이뤄진 배심원단 167명은 지역위원회의 발표를 듣고 각각 3표를 행사했다.
투표 결과 1등은 불합리한 상황을 체감한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제안을 내놓은 양주시지역위원회가 차지했다.

양주지역위가 제안한 '장애인콜택시 전국 통합이용 정책'은 각 지자체가 장애인콜택시를 제각각 운용하면서 정작 수혜자인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면 해당 지자체에 등록해야 하고, 사실상 타 지자체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양주시지역위원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장애인콜택시 이용 등록 기준 단일화 ▲장애인콜택시 등록 데이터 중앙전산화 ▲통합어플 개발 등을 제안했다.
2등은 40년간 바뀌지 않은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제안한 용인시갑 지역위원회가 선정됐다.
용인갑지역위는 '소상공인 부가세 과세기준 완화 건의'를 통해 40년 전 만들어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기준을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자고 건의했다.
수원갑지역위원회는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내 집은 내가 집수리로 고친다'는 제안을 내놔 3등에 뽑혔다.
수원갑지역위는 2차에 걸린 300인 원탁토론을 거쳐 이번 정책을 제안했으며, 집수리지원센터 설립 등을 통해 빈집 및 노후주택으로 쇠퇴한 지역 내 활기를 불어넣는 정책을 제안했다. 여기에 사회적협동조합 등과 연계해 실질적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했다.

4등은 구리시지역위원회의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삼고(病苦, 貧苦, 無緣苦)초려 제도 실시'가, 공동 5등은 안산시상록구갑지역위원회의 '사회에서 퇴직한 60대 이상 중장년층의 아이돌봄교육 활성화'와 화성시병위원회의 '학교체육시설 이용 및 지원에 관한 정책'이 차지했다.
등수는 정해졌지만 당원들은 숙의민주주의와 상향식 정책제안과정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화성시병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지역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정책발굴을하면서 낯설고 어색했지만, 끝나고 나서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자주했으면 좋겠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좋은 정책이 6가지가 나왔는데 하나만 가지고 올 수밖에 없었다"고 소회했다.

김경협(민주당·부천원미갑) 경기도당위원장은 "정책중심, 당원중심 정당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스템을 대폭 바꾸고 있다. 이번 정책제안은 당원들에서 출발한 상향식 정책을 세우기 위한 첫 시도"이라고 말했다.
박광온(민주당·수원정) 중앙당 정책페스티벌 준비위원장은 "당원이 주요 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책페스티벌을 만들었다"며 "국민의 치열한 삶에서 나오는 정책이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