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 내년 시급 1만20원, 1만253원, 1만551원 제시
노동자 "상승률 감소 기만"… 심의위 비정규직 한 명뿐 지적도

 

광역 자치단체 최초로 도입된 경기도 생활임금제가 흔들리고 있다.

경기도는 생활임금제를 민간 영역으로 확대할 복안이지만 정작 내년도 상승률이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생활임금 논의 절차에서도 당사자의 목소리 반영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도에 따르면 도는 2014년 경기도의회가 광역단체 최초로 생활임금제 조례를 제정함에 따라 이듬해인 2015년부터 생활임금제를 시행했다.

생활임금은 실제 생활이 가능한 임금 수준을 보장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임금을 의미하는 최저임금과 다르다. 생활임금은 통상 최저임금보다 20~30% 높게 책정돼 왔다.

도는 2015년 생활임금을 시급 6810원으로 시작한 뒤 2016년 7030원으로 3.2% 올렸다. 이후 2016년 8월 발표된 '2019년 생활임금 1만원 시대'를 목표로 인상률을 대폭 높여왔다. 2017년 7910원, 2018년 8900원, 2019년 1만원으로 평균 12.5%씩 올려왔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자도 2015년 도 소속 직접고용 노동자 중 월 급여가 생활임금지급 기준보다 낮은 401명
에서 지난해 도 민간위탁 사업 고용 노동자, 산하 출자·출연기관 노동자 등 1091명으로 늘렸다.

올해는 생활임금 지급기업에 대해 공공계약 참여 시 가점을 부여하는 '일반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 개정안을 신설해 민간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도 생활임금 인상률이 예년과 달리 0.2%~5.5%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노동자들은 도의 생활임금제 확산 정책이 '기만'이라며 비판에 나서고 있다.

앞서 경기연구원은 지난달 열린 생활임금제 토론회에서 내년도 생활임금 인상폭 등을 분석해 3개 안을 제시했는데 도는 목표했던 '생활임금 1만원 시대'를 달성한 것 등을 근거로 경기연의 제시안에 동의하고 있다.

경기연은 ▲상대빈곤기준선에 주거비와 교육비를 반영해 0.2% 오른 시급 1만20원 ▲여가문화비를 추가로 반영해 2.5% 오른 1만253원 ▲교통비를 넣어 5.5% 올린 1만551원을 내년도 생활 임금안으로 내놨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노조,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등 노동단체들은 20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마다 건강보험료가 올라왔고, 내년 건강보험료·장기요양보험료 등의 인상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경기연구원이 제시한 월 4180원, 5만2899원 등의 인상안은 체감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생활임금을 인상한다고 하는 것은 기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도의회 의견 청취 및 동의 등의 절차 없이 생활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생활임금위원회에 생활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가 지난 3월 위촉한 생활임금위원회 위원 9명 중 생활임금 대상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단 1명뿐이다.

노동단체는 "경기도 생활임금심의위원회 구성에 문제가 있다. 9명 중 비정규직 노동자 위원은 한명뿐"이라며 "생활임금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조례에 따라 생활임금 결정은 도의회 의견청취 등이 필요하지 않다"며 "위원들도 도의회, 노사민정협의회, 비정규직지원단체연합회 등의 추천을 받아 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