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지붕 위에서 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19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50대 여성 수납원들 수십여명, 무더위 속 고공농성

외주업체 바뀔 때마다 수백명 해고 … '직접고용' 호소


"월급 인상은 바라지도 않아요.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겁니다"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노동자들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절규에 가까웠다.

18일 오후 1시. 성남 궁내동 서울톨게이트에서 19일째 농성을 이어가는 요금수납노동자 700여명은 '단결투쟁'이라고 새겨진 빨간 머리띠를 두른 채 미동도 없이 앉아있다.

이 시각 온도계 수은주는 31도. 숨이 턱턱 막혔고, 온몸은 10분도 안돼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무더웠다.
이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톨게이트 주변에는 전국 요금소 300여곳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의 천막과 '부당해고'와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피켓들로 가득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톨게이트 주변을 돌아보는 중 한 노동자가 갑자기 길을 막았다. 기자임을 밝히자 꼭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요금인상을 요구하는게 아닙니다. 20년을 일했는데 1년,2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매번 했어요. 회사가 직접고용한 게 아니라 위탁용역을 줬기 때문이죠. 용역업체가 바뀐 어느날 회사에 출근했는데 재계약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어요. 하루아침에 해고된 거죠"

말을 이어가던 중 또 다른 노동자가 한 지점을 가리켰다. 이 노동자의 손끝에는 톨게이트 상층부에 설치된 그늘막 하나가 보였다. "여성노동자 39명이 저 위에서 19일째 농성하고 있어요. 나이도 대부분 50대 이상이죠. 억울함과 분통함을 알리기 위해 올라간거에요. 대소변도 위에서 해결하고 있는데 정말 힘들 거에요"

순간 상층부에서 밧줄이 내려왔다. 한 남성 노동자가 갈색 포댓자루에 물과 식료품을 가득 넣은 뒤 밧줄 묶고 신호를 보내자, 위에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줄을 당겼다.

고공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을 만나려고 했으나 상층부로 가는 유일한 통로는 한국도로공사에서 친 철조망에 막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톨게이트 상층부에서 농성중인 도명화 노동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긴 시간을 통화하지는 못했다. 힘들게 농성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도 노동자는 단호했다.

"살기 위해서에요. 외주업체가 바뀔 때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직장을 잃은 노동자가 수백명이 넘습니다. 이런일을 겪어도 해고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묵묵히 버텼지만 직접고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