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잇다, 주민-주민자치       
[창간특집] 잇다, 주민-주민자치       
  • 인천일보
  • 승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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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이다…삶터가 바뀌다
▲ 고양시 대덕동 송아리공동체의 무궁화 화분 만들기 체험. /사진제공=송아리공동체

 

▲ 이천 한 음악교실의 홀몸 어르신 대상 음악수업 모습. /사진제공=이천시

 

▲ 수원시 '원탁토론'에 참여한 시민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수원시


이웃들의 호의가 모여 정책이 수립되고 도시의 미래 모습까지 바꾼다. 대의민주주의를 보충하는 수단에 머물렀던 주민자치가 어느덧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됐다. 한때 설익었던 주민자치는 어느덧 풍성한 과실을 맺기 시작했다. 주민과 주민들이 만들어낸 성과들을 소개한다.



정책 방향, 주민이 정한다…수원시 '민주주의 실험'
청년 지원부터 도시계획까지 토론으로 결정

'촛불 혁명' 이후,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민주주의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수원시다. 실험은 대부분 주민참여의 길을 터주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대표적인 게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다. 수원 영통구는 최근 각 마을에 산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민을 한군데 모아 토론하는 방식을 실험했다.

이곳에서 주민은 설문조사를 실시, '마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의 우선순위를 뽑았다.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의견 전부를 받아들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 또 주민 간 논의로 도출된 사안이 적절한지 평가한다. 그 뒤 현장에서 즉석으로 '최종 투표'를 한다. 집행부는 의견과 투표 결과를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한다.

스위스 의사결정 시스템인 란츠게마인데와 유사한 과정인데, 다소 생소한 이 방법은 수원에서 흔히 쓰이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2016년 청년들과 토론하면서 처음 시도했다.

당시 염 시장은 '수원 청년지원정책의 문제점' 등 주제로 청년 100여명과 시 본청 중회의실에서 대화하면서 '기숙사 지원' 등 결정이 어려운 사안에 즉석 투표를 제안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빨간색과 청색의 종이를 나눠 들고 지지하는 정책에 표결했다.

시는 이날을 비롯해 무수한 토론회에서 나온 제안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주민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시가 집행하는 건 '도시계획분야'도 마찬가지다. 도시계획은 대부분 지자체가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참여를 닫아두지만, 수원은 다르다.

일반 주민·학생 등 500여명은 '수원 도시정책 시민계획단' 안에서 도시의 미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천시민이 시작한 복지사업, 지역문화로 뿌리내려
한 이발사 재능기부 '행복한 동행' 정책 물꼬 터

최근 이천시에서 한동안 잊힌 '따뜻한 공동체' 문화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웃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서로 나눔을 베풀며 우의를 다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주민들이 주체가 돼 이끌어가는 복지정책이 있다.

2013년 어느 날, 이천시 창천동 한 이발소. 이발소 주인장 머릿속에 참신한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딱한 이웃을 돕자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이 없는 탓에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고민 끝에 해법을 찾았다. 이발소를 방문하는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이발을 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12명의 자영업자가 동참하기로 했다. 이발소 주인장의 참신한 발상은 지역사회로 빠르게 퍼졌다. 재능기부자는 점점 늘어갔고, 얼기설기 엮인 이웃들은 서로를 지켜나갔다. 2013년 9월, 시민이 주도한 재능기부는 시 대표 복지정책인 '행복한 동행'으로 탄생했다.

음식점과 학원 등 출발 당시 12곳이었던 '이천지역 재능기부사업장'은 올해 545곳으로 늘어, 지역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다. 실제 지역 학생 3명에게 학원비 없이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한해 5972건에 달하는 지역 내 재능봉사가 이뤄졌다. 시민들은 재능기부 외에도 모금 활동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더불어 행복하기 위해서 또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이유로 수많은 시민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천시민(인구 22만명) 10명 중 1명인 2만100명이 따뜻한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고양시 대덕동을 무궁화꽃마을로…송아리공동체
지역 활성화 의기투합…묘목 심고 축제 열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인 무궁화 5000그루가 자라는 마을이 있다. 무궁화꽃마을로 불리는 고양시 대덕동이다. 지난해부터 대덕동 무궁화축제도 열리고 있다.

주민들은 왜 무궁화를 심게 됐을까. 고양 대덕동은 고양시와 서울시의 경계에 놓여있는 마을이다. 행정구역상 고양시이지만,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울시 상암동과 인접해 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공원으로 바뀌고 상암동이 디지털미디어시티로 거듭나면서 대덕동도 개발에 대한 기대가 생겼지만, 더디기만 했다. 대덕동엔 흔한 약국은 물론, 학교도 없다. 아이들은 도로 하나 사이에 둔 상암동의 학교에 가지 못하고 멀리 있는 고양시 학교에 다녀야 했다.

24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은 '개발에 뒤처지고 생활환경이 열악한 마을에 어떻게 하면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나라꽃 무궁화, 우리마을을 무궁화마을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개진됐다. 삭막한 마을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고 무궁화를 함께 심고 가꾸는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이 얼굴을 맞대고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민자치위원회, 통장단 등의 마을대표들과 지속적인 토의를 거쳐 무궁화마을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는 마을에서 오랫동안 새마을협의회활동을 해오던 김규정 송아리 대표가 큰 역할을 했다.

주민센터에서 고양시 자치공동체사업에 공모하자는 의견을 줬고, 공모 결과 씨앗단계사업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게 됐다. 2016년 1년차는 무궁화 묘목 식재, 2017년 2년차는 무궁화와 어울리는 태극기 게양하기, 2018년 3년차에 무궁화꽃 축제를 진행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대덕동협의회가 주축이 돼 '송아리'라는 모임을 형성했다. 송아리는 '꽃이나 열매 따위가 잘게 하나의 꼭지에 달려 이뤄진 덩어리'란 뜻으로 주민들이 모여 함께한다는 의미로 이름 붙여졌다.

송아리공동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우리나라에 있는 무궁화꽃마을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홍천, 수원, 포항, 세종시의 무궁화마을을 찾아갔다. 무궁화 묘목 식재부터 개화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부분을 공부했다.

송아리는 공동체 체험활동으로 무궁화꽃 모양의 천연비누 만들기도 진행했다. 고양나눔장터에서 무궁화꽃 천연비누 체험교실도 운영했고, 실력이 늘어 고양시 공동체커뮤니티 행사에서 판매도 했다.

2017년에는 태극기 바람개비 150여개를 마을 진입로에 심었다. 이외에도 태극기 게양기 설치, 태극기 달기 활동으로 나라 사랑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주민 스스로가 마을을 활성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에서 주최한 '우수 마을공동체 뽐내기 대회'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

송아리공동체는 2019년 고양시 자치공동체사업 3단계 지원이 끝나지만, 지역주민 공동체를 대상으로 관광사업체를 발굴·육성하도록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사업인 '관광두레'에 선정돼 지원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경기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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