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재정비율, 지방자치 걸음마


1995년 본격적으로 부활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적지 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 완성을 위해선 무엇보다 자치입법권 강화와 재정분권이 핵심 요소지만 20여년의 역사에서 큰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분권의 경우 1970년대 중앙대 지방의 재정비율이 유지되고 있어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재정분권은 중앙정부가 재정과 관련된 계획 수립과 권한 등의 책임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각 지방정부 수준에서 가능한 독립적인 재정자주권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므로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에 따라 행정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세금이나 사용료를 통해 조달하게 된다.

결국 재정분권은 지방정부간 경쟁을 촉진해 공공서비스 공급을 촉진하고 선거를 통해 주민이 지방정부에 효율성을 강제할 수 있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함께 높은 주민 만족이 이뤄진다.

재정분권은 일반적으로 세입분권과 세출분권으로 구분하며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재원을 통제하는 능력으로 그 수준을 알 수 있다. 세입분권은 일반정부 세입 대비 지방정부 세입의 비중으로 세입의 수준을 측정함으로써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세출분권은 일반정부 세출대비 지방정부 세출의 비중으로 측정함으로써 정부 역할 중에서 지방정부 역할의 크기를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분권화의 비율은 중앙정부 세입대비 지방정부 세입 비중을 중앙정부 세출 대비 지방정부 세출 비중으로 나눈 값으로 산정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7년 OECD 국가의 분권화 비율 평균은 61.1%이며 가장 낮은 국가는 에스토니아(21.9%),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 96.3%)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42.6%로 30개 국가 중에서 일곱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지방정부의 중앙정부 의존성이 비교적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2014년 OECD 국가의 자체수입 비중은 평균 55%로 나타났다. 아이슬란드와 미국이 80%가 넘었고 70%가 넘는 국가도 스위스, 독일, 캐나다, 포르투칼, 프랑스, 핀란드 등 6개국에 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1%로 OECD 평균에 크게 미달해 중앙정부로부터의 이전재원 의존도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재정분권이 지방자치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에 앞서 지방자치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국민적 동의와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이다. 즉 재정권력을 원칙적으로 국가의 사무로 보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국회에 의해 법률상 수권의 범위 내에서 세원을 발굴하고 부과·징수할 수 있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는 것이다.

이에 재정분권을 위한 제도 실행이 원천 차단돼 있다. 지방정부가 지방분권을 수행하기 위해선 자치단체의 전권적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세권 행사를 자치권의 본질로 보고 국세는 국회가 제정하고 지방세는 각 지방의회가 법률 또는 자치법률로 정하는 준연방제적 방식의 조세권을 확립해야 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발굴한 신 세원(관광세 등)에 대해선 법률에 따라 자치단체 조례에 근거, 과세할 수 있도록 법정 외세 신설에 대한 재량 권한을 부여하는 조세법률주의의 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과세자주권이 세입측면에서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는 수단이라면, 자치재정권은 세출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영 자율성을 제고하는 법률적 권한에 해당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인 재정운영을 하기 위해선 우선 각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재정 건전성 및 재정 투명성을 헌법 규정토록 해야 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세입과 세출의 균형예산을 운영할 기본의무를 부과해 과도한 채무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그 다음 법률로 위임된 사무에 소요되는 비용은 위임하는 쪽에서 부담하는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복지비용을 대표로 해서 국가 SOC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면서도 그 비용의 일부를 지방정부에 부담토록하고 있어 지방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

또한 수평적 재정조정제도도 마련해야 하는 데 이는 재정력이 우수한 지역과 재정력이 빈약한 지역 간의 재정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의 세입과 세출은 중앙정부의 관리 통제 지향적인 개입이 강화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영에서 자율과 책임성이 약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 표준적인 사업을 위탁 시행하는 복지 보조 사업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지방재정 개혁을 이루고 재정분권을 완성하기 위해선 앞서 제시한 과세 자주권과 자치재정권에 관한 내용이 헌법적 수준에서 고려되고 개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