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혜 기획행정위 의원

다음 달이면 어느덧 인천 5·3 민주항쟁이 33주년을 맞이합니다. 인천 5·3 민주항쟁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국민을 탄압하던 군사 정권에 맞서 노동·학생권 세력들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의미 있는 사건입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5·3 민주항쟁은 한국 사회 민주화 운동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으며 1987년 6월 항쟁으로도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전두환 군사 정권 퇴진 운동과 함께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었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즉 인천은 6월 항쟁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노동자 대투쟁의 선봉 역할을 한 지역인 것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덧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탓에 당시 인천 5·3 민주항쟁이 일어났던 주안 사거리 옛 시민회관 자리도 옛 모습을 잃고 더는 예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 근처를 지날 때면 33년 전 화창했던 봄날의 풍경과 우렁찼던 함성들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당시 시민들이 외쳤던 '빼앗긴 민주주의의 회복', '광주 학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민중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정의로운 사회 건설' 등은 각각 소속은 다를지라도 그 자리에 섰던 모두의 바람이었을 겁니다.
다행히 10여년 전 인천 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를 중심으로 뜻있는 지역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표지판을 만들었고 5·3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은 2016년에는 당시 박우섭 남구청장(현 미추홀구)의 도움을 받아 기념 표석에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인천에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인천 민주화 운동사도 발간 준비 중이고 5·3 민주항쟁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민주화운동 정의에 포함하는 법 개정 운동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위원장의 대표 발의로 민주화운동 기념사회법 개정안은 곧 국회 상임위에서 다뤄질 예정입니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평가 절하된 인천 5·3 민주항쟁의 의미를 제대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것입니다.

최근 인천에는 인천 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와 인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인천 민주화운동기념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습니다. 인천이 자랑스러운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알리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실제 지난달 26일에는 79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참가해 인천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열리고 기념공연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부산과 광주 그리고 대구와 울산 등의 도시에는 그 지역의 역사이자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민주화운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화운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민주화운동 기념시설을 건립해 운영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점에서 사실 인천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늦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위한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이 지난 20여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어 언젠가 인천에도 민주화기념관이 건립돼 빛을 볼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기념관 건립과 운영에는 막대한 돈이 소요됩니다. 그렇기에 민주화운동 당사자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행정적 뒷받침이 없다면 기념관 건립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이를 견인하고 촉구하는 건 시민사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천지역 79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이 일을 추진하고 있으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개정의 전망 역시 밝은 편이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매우 희망적인 모습이지요.
그러나 인천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되돌아보면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있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기념관 건립의 의의를 인천시민에게 널리 알리고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념관 건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이제는 인천시의회와 인천시 역시 자랑스러운 인천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잘 보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특정 계층이나 정당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시민과 인천의 정신적 가치를 드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즉, 민주화운동기념관은 인천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가지 말라. 오늘 나의 발자취가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백범 김구 선생이 좋아했던 서산대사의 시입니다.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가 훗날 누군가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가 명심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올곧은 발자취를 남긴 민주화 운동가들의 족적과 역사를 우리 역시 후손에 남겨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