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그해 9월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 문을 연 '치유공간 이웃'이 있다.
이곳은 최근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가족의 상흔을 들여다본 영화 '생일'의 배경으로 나오면서 관심을 모으는 곳이다.

이웃은 유가족이 다치면 약을 바르고, 허기지면 함께 밥을 먹고, 지치면 쉬어가는 그런 곳이다. 영화 '생일'은 세월호 참사로 망가진 공동체의 치유와 회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곳에서는 희생자들의 생일모임을 60여 차례 열었다. 떠나간 아이들을 기억할 방법이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곁에 없는 아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생일모임을 하며 아픔을 견디는 법을 알아갔다.
이웃에서는 세월호와 관련해 활동하는 자원봉사자와 시민단체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도 진행한다.

김기희씨는 개소 당시부터 이웃 치유자로 함께했다. 이웃 치유자는 유가족들이 쉴 수 있게 돕고,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사람들이다.
그는 "그날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날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이곳에서 함께한 이웃 치유자들은 그런 죄책감이 조금 더 강했던 사람들"이라며 "유족들의 겉모습이 밝아졌다고 상처가 치유된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견디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이웃 치유자로 봉사하면서 김 씨에게 세월호 희생자 학생들을 자신의 아이처럼 여기고 있다. 그는 "생일 모임을 준비하다보면 3주에서 한달 여 간 희생자 학생의 생전의 모습을 생각한다. 그 아이의 태몽은 무엇이었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아이였는지 알다보면 어느새 그 아이가 나의 아이가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엄마들이 속상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누구 엄마라고 불러주지 않을 때다. 떠나간 아이의 엄마라는 건 돌아가실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며 "합동분향소와 서울시청 세월호 천막 철거 등으로 아이들과 남은 사람들의 상처를 기억하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