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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아래 사는 사람들] 피해 학교 살펴보니...멈춰버린 수업
[전투기 아래 사는 사람들] 피해 학교 살펴보니...멈춰버린 수업
  • 김현우
  • 승인 2019.04.03 00:05
  • 수정 2020.03.11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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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말씀 안 들린다" 호소 피해학교 순간소음 73.4dB

최근 수원지역에서 실시된 학교, 학부모 의견조사 등에서 군공항 전투기 소음 속 '교육 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투기 소음이 교육까지 망치고 있다는 소린데,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아이들을 구해낼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12월 수원 구운초등학교가 학부모 수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학습에 방해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앞서 황대호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은 수원시, 도교육청,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에게 '군공항 소음 피해'와 관련해 자료를 제출받은 바 있다.

구운초 설문 자료를 보면, 305명 학부모 가운데 '학습과 독서'에 대한 방해 수준을 묻는 질문에서 177명이 '매우 심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심하다' 70명, '약간' 40명 순이었다. 조사대상 학부모 중 90% 이상은 학습 방해를 느꼈다는 의미다. '거의 없다', '전혀 없다', '해당 없다'고 말한 학부모는 고작 19명이었다.

'소음 피해 감소를 위해 필요한 것'을 묻는 항목에는 무려 207명이 '항공기 항로 변경 및 운항규제(횟수·시간)'를 꼽았다. 다음으로 '방음시설 설치 및 보수(69명)', '냉방시설 설치 및 전기요금 지원(19명)' 순이었다.

도교육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투기 피해 학교 70여곳을 소음측정 한 결과 학교별 실내 순간 소음이 최고 73.4dB(데시벨·소음측정단위)까지 기록됐다.

실외의 경우 순간 소음 최고값이 102dB까지 치솟았다. 이 소리는 철로를 지나는 기차소리, 굴착기를 가동하는 소리와 맞먹는다.

다만 소음이 5분 이내로 크게 줄어 학교보건법상 허용된 소음 상한선인 평균 55dB를 넘지 않았다. 전투기 소음의 경우 비행경로, 고도 등으로 순식간에 커졌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학교가 제출한 의견에서도 다양한 문제가 지적됐다. 수원 고현초는 전투기 소음으로 인해 교사와 학생의 말이 순간적으로 들리지 않는 경우가 수차례 일어난다는 의견을 냈다.

전투기가 낮은 높이로 날 때 창문과 책상이 흔들릴 정도여서 교사와 학생 모두 불안에 시달린다고도 했다. 특히 청력 장애가 발생한 것 같다는 우려를 표출했다.

피해학교 교사 상당수는 해결책으로 소음방지창문 등 시설개선을 비롯해 의료비 등 보상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교직원들을 위해 가산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전투기 소음피해에서 학교를 보호할 기본법이 없는 상태라 이 같은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은 '0(제로)'에 가깝다.

학교가 자체 대응할 방법도 없다. 군사기밀을 이유로 학교 측이 훈련시간조차 공개되지 않는데다 개선사업을 할 예산도 따로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주민들에게 일정 보상액을 지급하고 있지만, '거주자'에 한정돼 학교를 오가는 학생이나 교사들은 애초 보상대상이 되지 못한다.

황대호 도의원은 "이건 지역의 문제가 아니고 유린(蹂躪)이다. 헌법에서 보장된 교육의 권리는 물론 학생, 교사의 신체·정신적 피해에 대한 대책조차 없다는 사실이 의아하다"며 "미래의 아이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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