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아래 사는 사람들] 2. 소음이 빼앗은 '교육의 권리'
[전투기 아래 사는 사람들] 2. 소음이 빼앗은 '교육의 권리'
  • 김현우
  • 승인 2019.0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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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때리는 굉음 …'청력 질환·불안 증상' 생겨나

 

▲ 수원과 화성지역 일부 학교들이 군공항에서 이·착륙하는 전투기 소음으로 학습권을 침해 받고 있다. 화성 병점초등학교 위로 전투기 한대가 선회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자혜학교·병점초 등 100여곳

학생·유치원생 3만여명 피해


이중창 설치·항의도 무용지물

학교장 "군공항 이전을" 호소



"굉음에 가까운 전투기 소음으로 학교 학생 및 교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전투기가 이륙할 땐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와 청력 장애가 일어납니다."

지난해 12월, 수원시 자혜학교 교사들이 경기도교육청에 장문의 의견을 써서 보냈다. 전투기 소음으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수업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내용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자혜학교는 1973년 수원 탑동에 지어진 사립 특수학교로 현재 유치부·초등부·중학부·고등부·전공과 등 100여명 학생이 재학 중이다. 교사 등 직원은 80여명이 있다.

하지만 개교 이후 쭉 학교를 괴롭히고 있는 존재가 바로 전투기다. 자혜학교는 군공항 주둔 전투기가 비행하는 활동반경 안에 있다.

정확한 위치는 전투기가 활주로를 달려 이륙하는 지점이다. 활주로 가까이는 전투기의 엔진출력이 상승하는 구간이라 소음이 극대화된다.

매일 95웨클(WECPNL·항공기소음단위) 이상의 소음이 학교를 때린다. 바로 옆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강도다.

지난달 3차례 학교를 찾아가봤다. 전투기 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훈련이 비슷한 시각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투기는 학교 창문에서 육안으로 엔진 불꽃이 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날았다. 수업부터 회의 등 모든 과정이 중단됐다. 학교 측은 만약 야외에서 활동할 시점이면, 귀를 막고 잠시 중단하거나 아예 취소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불안증상, 난청 등 청력질환을 의심하는 교사도 속출하고 있다,

최진숙 자혜학교 교감은 "창문을 다 닫아도 깜짝 놀랄 정도의 소음이 발생해 교사와 학생들이 청각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현실에 맞게 군공항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전투기 소음 피해지역인 화성시의 학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90웨클 범위에 속한 병점초등학교는 군공항이 처음 들어선 1954년보다 8년이나 앞선 1946년 개교했다.

전투기가 비행 훈련을 하는 항로 중 하나가 초교 건물 위 상공이다. 교사와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당연히 정상적이지 못했다. 허구한 날 수업을 중단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교직원 약 45명은 370명의 학생들이 공부에 지장을 받을까 늘 노심초사다. 매년 학교 명의로 군에 민원을 제기할 정도다.

강혜순 병점초 교감은 "이중창을 설치했는데도 소음은 그대로 다 뚫린다"며 "수업이 자꾸 멈춰서 학교는 물론, 일부 학부모들도 전화로 공군에 항의하곤 한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학생은 배우고, 교사는 가르친다. 이른바 교육권은 인간이 갖는 기본권에 속한다. 하지만 전투기 소음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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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과 화성지역 통틀어 전투기 소음피해 학교는 33개교(초21·중7·고5)에 달한다. 유치원을 합치면 수가 100여개 이상, 피해 학생·원생 수는 3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근 지역의 '민간 항공기 소음 피해' 대비 10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김포시 민항 소음영향 지역 학교, 유치원 수는 6개에 불과하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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