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는 도술에도 뛰어났다. 특히 오리무(五里霧)라는 방술로 사방 오리를 온통 안개로 덮이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역시 방술로 안개를 일으키는 배우(裵優)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삼리밖에는 이르지 못했다. 제자가 되고자 장해를 찾아왔으나 안개를 일으켜 숨느라 결국 만나지 못했다. 훗날 배우가 안개로 나쁜 일을 꾸미다 체포되었는데 장해에게 방술을 배웠다고 해서 그도 덩달아 옥살이를 했다. 이 이야기에서 오리무중이란 고사성어가 되었으며 문제의 해결책이 안서거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갈피를 잡지 못할때 비유로 쓰인다.
지척을 분간 못할 만큼 발목을 잡는 안개로 불편과 피해가 많으나 곧잘 안개는 명화의 무대로도 등장하고 싯귀에도 유행가 가사에도 자주 쓰인다. 망명객으로 분하는 청순한 개성미의 잉그리드 버그만은 안개낀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불안에 떨고 고전 영화 팬들의 심금을 울린 「마음의 행로」에서 전상의 정신병 주인공은 병원을 빠져나와 안개속에 묻힌다. 지성인 부부 가족의 미스터리를 그린 「빠리는 안개에 젖어」도 있다.
안개는 수증기가 지면 가까이에서 응결하여 떠있는 현상이다. 구름과 비슷한 존재이나 지면에 낮게 떠있어 안개라고 칭한다. 안개는 보통 1천m 이내의 목표물이 보이지 않을 때를 말한다. 4천m가 십리이니 오리무의 절반인 셈이다. 그러나 지척도 안보이는 지독한 안개일 때가 많다. 어제 아침 수도권 일원의 안개는 시계 100m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때 자동차도 선박도 비행기도 엉금엉금 기는 꼴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고속도로상에서의 트럭들은 겁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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