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칼럼] 세상 물정 모르는 한 촌노의 생각
[김흥규 칼럼] 세상 물정 모르는 한 촌노의 생각
  • 인천일보
  • 승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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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명예교수

 

평소 습관대로 기상과 함께 인천일보와 8개 중앙지의 1면과 사설 및 칼럼을 훑어보며 일과를 시작한다. 한 달에 1~2회 K문고에 둘러 '뇌과학' '신간' '21세기' 코너를 둘러보긴 하지만, 인생 8부 능선에 도달했으니 세상 물정 모르는 '한 촌노'라는 내 신분의 정의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남들과 차별화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노사문제' '사회병리' '한국병' '2020~2030년대 이후의 사회변화' '사회변화를 읽는 안목과 미래 교육' '국가 경쟁력'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많다. 그래서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미래학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문헌을 수집 분석하고 계속 최신 정보로 보완하고 있다. 그 기초 위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볼 때, 안타깝고 답답하다.

첫째, 소음이 많은 세상, 소란꾼들이 각 분야에서 주연 노릇하는 사회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치계와 산업현장, 언론계와 시민사회, 심지어 냉정하고 평온해야 될 종교계와 교육계를 보아도 그렇고, 하다못해 TV를 보아도 온통 소란꾼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갑자기 정치 시장이 확대되면서 깜도 안 되는 소란꾼들이 각 분야에서 대권(?)을 잡으려고 꽥꽥거리며 '거위떼 행진(gaggle march)'을 일삼았던 것이 풍토병이 되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위대한 존재(VIP)라고 생각하는 것을 시비해서는 안 되겠지만, 선거때마다 솔직히 토룡(土龍)들의 몸부림과 와명선조들의 시끄러운 장기자랑이 악성 스트레스였다. 그 결과 이제는 자신의 이해문제와 관련되면 너도 나도, 도시와 농어촌을 가리지 않고 소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모습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보면서 '수다스러움(혀 놀림)은 손 버릇이 나쁜 것보다 더 곤란하다' '미담도 전해지는 도중에 악담이 된다' '근거없는 증오는 최대의 악이다' '마음의 작은 일부분이라도 비뚤어져 있으면 사물을 올바르게 볼 수 없다'는 탈무드의 가르침이 연상된다. 특히 최근 재판 결과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언행을 볼 때, "요즘에는 무슨 말도 할 필요가 없는 자들이 노상 떠들어 대고 있다. 정말로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있거든 이 앞으로 나와서 침묵하라"는 비평가 칸 크라우스의 충고가 오늘의 우리 현실에서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둘째, 지식정보·지혜경쟁사회에 걸맞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하는데 방향을 잃고 있다. 조부모세대만 해도 한 가지 기술만 익히면 3대가 먹고 살았던 것 같다. 부모세대는 일정수준의 학교교육만 받았다면 취업이 되었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승진하면서 정년 때까지 성공적인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문 지식과 기술 및 실용지식의 수명이 2~3년이다.
전자공학과 1학년 때 배운 것이 3학년 때는 불필요한 지식이 되고, 작년에 익힌 '새로운 지식'도 올해는 절반의 효과밖에 볼 수 없고 내년에는 1/4, 내후년에는 1/8로 줄어 들고… 결국 아무리 훌륭한 교육을 받은 사람도 3년만 공부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졸업장과 지식은 무용지물이 되는 지식정보화 시대요 '지식의 반감기'이다.

빅뱅이론의 권위자이면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조지 F. 스무트 교수도 "내가 대학 다닐 때(1965)만 해도 지식의 유효 수명이 7년이었는데 지금은 2년으로 줄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 맞추려면 다양한 분야에 관해 계속 공부해야 한다"(George F. Smoot, 2013. 3. 23. 송도글로벌대학 캠퍼스, 초청 특강)고 역설했다. 그런데도 우리 현실은 과거의 졸업장과 자격, 경력과 나이를 가지고 위세를 부리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의 다선 경력이 무슨 자랑거리가 된다고 들먹인단 말인가.

셋째, 복지정책 강화로 국가재정이 파탄의 파고에 휩싸인 6개국에서 교훈을 찾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출신의 화려한 학벌을 가진 아드레아스, 그 학벌에 취해 결정적 하자인 '사회주의자'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 그리스 국민의 실수다. 그가 1981년부터 11년간 그리스의 두 차례 총리를 역임하면서 집권 직후부터 '재 분배'를 경제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워 최고의 4대 복지정책을 펼친 결과 오늘의 비극을 맞았다. 남미 최대의 산유국이지만 포퓰리즘 경제정책으로 최악의 경제난에다 대통령마저 2명인 베네주엘라, 그리고 아르헨티나, 스페인, 포르트갈, 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J노믹스의 설계자(김광두), 소득주도성장의 디자이너(홍장표), 행동사령탑(장하성), 대통령 경제보좌관(김현철)도 모두 퇴진했다. 우리 모두 출발선에 다시 서서 전술한 6개 나라를 검토하며 전열을 정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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