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소재 미술학원 김현정 원장, 학생들과 동화책 일러스트 재능기부
▲ 지난해 인천서부소방서에서 만든 그림책 '세상에 하나뿐인 소방안전 동화책'의 일러스트로 재능기부한 김현정 청라씨앤씨 미술학원 원장.

서부소방서 제공한 응급처치법 토대로 그림책 만들어



백설공주는 사과를 받아먹었지만 목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일곱난쟁이들은 어쩔 줄 모르고 허둥지둥했습니다.

이때 이웃 나라 왕자가 나타나…(중략) 하임리히법을 실시했어요. 하임리히법은 목에 걸린 음식을 토하게 해주는 응급처치방법이랍니다.

독이 든 사과를 토해 낸 백설 공주는 왕자, 일곱 난쟁이와 함께 춤을 췄답니다.


지난해 인천서부소방서에서 만든 그림책 '세상에 하나뿐인 소방안전 동화책'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일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아기 돼지 삼형제'와 같이 우리가 흔히 아는 이야기 5편을 응급 상황 대처 요령을 담은 이야기로 그려냈다.

서부소방서 홍보팀 아이디어로 시작된 동화책은 미술학원 학생들과 교사들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소방서에서 제공한 글을 토대로 그에 걸맞은 일러스트를 그려낸 것이다.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 일정이 바쁜 와중에도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한 것은 김현정(41) 청라씨앤씨 미술학원 원장 뜻이기도 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그 과정에 모든 것을 얽매이게 돼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시작한 아이들이 흥미를 잃어버리기도 하죠.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이 과정을 시작한 의미 자체를 잊지 않았으면 했어요."

동화책을 만드는 기간 내내 학생 50여명이 수업이 아닌 시간에도 학원에 모여들었다. 다섯가지 이야기에 맞춰 팀을 꾸리고 이야기별 등장인물 외형을 정했다.

이후 각 장면마다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색을 입히고 그림이 완성된 후 그래픽으로 옮기는 마무리 작업은 교사들의 몫이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와중 틈틈이 진행하다보니 작업에만 몇 달이 소요됐다.

"기존 수업과는 다른 형식의 작업을 한다는데 의미가 컸지만 당시에는 힘들기도 했습니다. 수업을 마친 후에도 남아서 마무리하는 야근이 계속 이어졌으니까요. 그래도 완성되고 보니 뿌듯하더라구요.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까지 모두 의미 있는 작업을 했다는데 기쁨이 컸어요."

김 원장은 동화책 제작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인천서부소방서 표창을 받았다.

학생·교사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소방안전에 대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공로다.

이어 올해 두 번째 동화책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부소방서에서 낸 기획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학생들과 그림을 그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향후에도 되도록이면 지역 환경 개선이나 축제 봉사활동 등 여러 사회활동에 학생들과 계속 참여할 것"이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교사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