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이름에 목을 매는 껍데기 세태
[썰물밀물] 이름에 목을 매는 껍데기 세태
  • 정기환
  • 승인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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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환 논설위원

 

지난해 초 인천시가 'Go-Together, 같이 가 잡(JOB)'이라는 긴 이름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인천대와 손 잡고 맞춤 취업 전략 수립 및 직무중심 역량강화를 통한 청년 취업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름을 한참 뜯어보니 '힘을 합해 잡(JOB)을 한번 잡아보자'는 의미 같았다. 그 뒷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보나마나 청년 일자리 문제에 별 득이 안됐을 것이다. 그냥 번지르르한 이름만으로 한번 튀어 보자는 속셈만 읽혀졌다.
▶비슷한 시기, 인천 남동구는 '2018 讀(독)! talk! 세상을 여는 문, 남동구'라는 시책을 내놓았다. 이 역시 한참 암호해독을 해보니 구민 독서운동이었다. 지난 인천시정부 때에는 시도 때도 없이 '애인(愛仁)'이라는 정체 모를 작명이 판을 쳤다. 지역축제든, 온갖 기념식이든, 팜플렛마다 '애인도시 인천'이었다. 어느 공원에는 '애인동산' 조성까지 계획됐다. 처음엔 '이부망천'처럼 인천이 불륜도시로 비쳐질까 걱정됐다. 입으로, 또는 이상한 작명에 의지한 고향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책의 실질보다 이름 짓기에 목을 매는 시대다. 인터넷에 'JOB GO'를 한번 검색해 보라. 전국에서 청년 일자리 해소를 내세운 정책이나 행사들에는 어김없이 'JOB GO'가 들어가 있다. 안산시는 새해 벽두 '희망 잡(JOB)고(GO)' 취업박람회를 열었다. 서울 강남구는 여성 바자회에도 '나누GO 즐기JOB'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청년 일자리 만들랬더니 세금 수십조원을 이런 데 쓰는 모양이다. 우리 청년들이 원하는 건 'JOB GO'보다 'JOB MAKE' 아닌가.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첫 사업으로 교장선생님 등의 직책 대신 무슨무슨(교장 이름)'쌤'으로 부르도록 했다.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란다. 이나라 교육 현실이 그렇게 한가한가. 우리 아이들이 뒤틀린 교육정책에 짓눌려 신음하는 데도 교육당국은 이상한 호칭에 집착해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 건강가정 기본계획에 남편·아내 양가의 비대칭적 호칭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사업이 담겼다. 시가 쪽은 '도련님' '아가씨'로 부르고 처가쪽은 '처남' '처제'라고 하는 게 차별적이란 것이다. 부모는 양가 구분없이 '아버님' '어머님'으로 통일한다고 한다. 처남, 처제, 장인, 장모가 낮춰 부르는 호칭인지도 처음 알았다. 오랜 세월 익어 온 우리네 가족문화까지 이런 식으로 손보겠다는 생각이 놀랍다. 바보야, 문제는 'JOB GO'이름이 아니라 청년 일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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