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관리는 커녕 도서관서 버티다 숙소 찾아야

"수능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섬에서 나왔지만 마땅한 숙소 구하기가 힘들어요. 오늘은 찜질방에서 자야할 것 같습니다."

14일 오전 10시. 인천 남동구 중앙도서관에서 막바지 수능 공부에 한창인 강다희(백령고·18)양은 하루빨리 시험이 끝나길 바라고 있다. 수능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평소 생활하던 곳과 다른 낯선 환경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딸을 홀로 보낼 수 없어 동행한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더해졌다.

강양은 "숙소 문제도 답답하고 부모님 역시 일을 잠시 쉬어야 하는 등 여러모로 힘든 게 많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섬 지역인 강화·옹진군에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육지로 원정을 떠나야 하는 수험생은 총 66명이다. 섬 지역 수험생들은 수능 당일 시험지가 고사장으로 이송돼야 하는 규정 탓에 섬에서 수능을 볼 수 없다.

이에 지난 10일부터 섬에서 나오기 시작한 백령고(31명)·연평고(13명)·덕적고(13명)·대청고(7명) 등 총 64명의 학생들이 도서관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수험생들은 정규 학교 수업 시간에 맞춰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중앙도서관에서 자율 학습을 한다.

문제는 정규 시간 이후 학생들이 마땅히 지낼 곳이 없어 불편함을 겪는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육지에 사는 친척이나 친구 집에 신세를 져야 하는 처지다. 그마저도 힘들 경우 호텔이나 여관을 잡아야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또 도서관이 공공시설인 만큼 일반 시민들 눈치를 봐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김다빈(연평고·18)양은 "학교가 아닌 곳에서 어색하게 공부하다보니 수능 전날인데도 수능이 실감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수능 원정에 나선 섬 지역 학생들에게 주는 지원금을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백령·연평고등학교 학생들은 한 명당 약 5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엔 1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지원금이 올랐다. 여기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수험생을 위해 매주 월요일마다 휴관하는 중앙도서관도 임시로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은 수능 원정에 나선 학생들의 숙박비와 식비 등을 모두 지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예산을 확보해 최대한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