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널리 내 사람 심기'


공직사회에서 민간 인재를 유연하게 활용하기 위한 '지방공무원 전문임기제'가 자치단체장의 낙하산 인사와 공무원 줄 세우기 장치로 전락하고 있다. 외부 인사를 공모없이 정원 외 고위직으로 채용할 수 있는 효율성은 '널리 인재를 구하라'는 사회적 요구와 정반대로 '내 사람 심기·측근 챙기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역사회에선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불필요한 인사 제도라며 지금부터라도 전문임기제를 손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3회에 걸쳐 전문임기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취지는 민간 인재 등용

21일 행정안전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2016년 말 행안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지난해부터 전국 지자체에 전문임기제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특정 분야에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거나 단체장 역점 시책의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보좌기구로 임용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시·도 기준 3급 이상 전문임기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행안부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일반임기제와 달리 공무원 정원에 영향을 주지 않고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다수 지자체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제도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민간 인재를 탄력적으로 유치할 수 있게 돼 전문화된 행정 수요에 대응하는 역량도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입 1년여 만에 '잡음' 속출

그러나 전문임기제가 도입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전국 곳곳에서 이 제도를 두고 낙하산·옥상옥(屋上屋) 인사 등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이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3면

박남춘 시정부는 이달 8일 시행된 조직 개편에서 2급 상당 전문임기제로 소통협력관과 원도심재생조정관을 신설했다. 소통 행정을 강화하고자 만든 소통협력관은 박 시장 선거캠프에서 비서실장을 수행한 신봉훈씨가 맡았다.

박 시장은 공모를 생략하고 신씨를 적임자로 추천해 측근·보은·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여기에 소통협력관이 시장 직속 기구에 4개 담당관을 총괄 운영하는 권한을 부여받아, 옥상옥이란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균형발전정무부시장 직속의 원도심재생조정관에는 내부적으로 신모 국장이 낙점되면서, 퇴직 공무원의 회전문 인사란 지적이 나온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올해 8월 경북지역에선 도지사가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를 전문임기제를 통해 2급 정무실장으로 내정해 잡음이 일었다. 지난해 12월 충북에선 진보 진영의 대표 인사를 2급 상당 전문임기제인 소통특보로 임명해 지방선거용 인사란 비판이 일었고, 결국 반대 여론에 못 이긴 인사가 20여일 만에 자진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결정 보좌 분야 전문임기제 채용 시 공모를 생략할 수 있는 점을 지적하며 "행정의 투명성을 위해 모든 공직자 선발은 공모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병설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도 "외부 인사의 전문성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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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인천시 소통협력관, 실국장 역할 수행 단순한 정책 보좌기구(전문임기제)일 뿐인데 하위 부서를 거느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소통협력관이 인천시의회에서 베일을 벗었다.보좌기구를 뛰어넘는 영락없는 실·국 조직이었다.소통 행정 관련 4개 담당관을 소통협력관 밑에 두지 않았다는 인천시의 해명도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인천일보 10월15·16·17일자 1면>신봉훈 신임 소통협력관은 지난 18일 시의회에서 열린 제250회 임시회 기획행정위원회의 소통협력관실 주요예산사업 보고에서 총괄 책임자로서 발언대에 섰다.이 자리엔 현재 공모가 진행 중인 민관협치담당관을 제외하고 지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