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이전 '환송음악회' 1000여명
'53년 우정' 시원 섭섭 감동콘서트
한국戰 큰 전공 첫 평양입성 군대
전쟁 폐허 생존 터전 정착촌 세워
어린이 영어캠프 등 美 문화행사
매년 초겨울 소외계층 김장 나눔
5개 기지 떠났고 남은 3곳도 월내
▲ 의정부역 동부광장에 마련된 역전근린공원 테마 중 과거를 상징하는 한미우호증진 상징조형물을 제작함으로써 현재를 상징하는 시 승격 50주년 상징조형물과 미래를 상징하는 베를린장벽과 함께 과거-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테마를 완성했다.

▲ 지난해 12월 열린 주한미군 가족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김장 나누기 행사

▲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헌신해 온 미2사단을 대표하여 스콧맥킨 미2사단장에서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감사패를 전달했다.

▲ 지난 15일 열린 환송음악회에서 단체로 합창을 제창하는 안병용 시장을 비롯한 경기북부지역 각급 기관단체장 및 미2사단 관계자.

의정부시는 지난 15일 53년간 의정부에 주둔해온 미2사단의 평택 이전을 앞두고 환송음악회를 마련했다.

음악회를 통해 오랜시간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헌신해 온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환송음악회에 참석한 미2사단 관계자들은 "감동적인 콘서트를 마련해 준 의정부시와 시민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평택으로 가더라도 의정부시민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미군이 의정부에 자리잡은 때는 1953년 7월 휴전이 발효되면서부터다.

가능동의 자갈과 돌뿐인 벌판에 미1군단 사령부의 영구 콘셋 막사(반원형 막사)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군이 1954년 5월까지 재건하거나 건설한 학교, 고아원, 병원 등은 350여 곳에 이른다.

최초 미1군단 사령부가 들어선 가능동의 사령부는 캠프 잭슨이었으며 시민들은 이 부대를 그냥 군단이라 불렀다.

캠프 잭슨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미군클럽이 즐비한 가능동 거리를 미군들은 캠프 잭슨 스퀘어광장이라고 불렀다.

캠프 잭슨은 1957년 5월 18일 미국군의 날 한국전쟁의 영웅 '미첼 레드 클라우드' 상병의 이름을 기려 캠프 레드 클라우드로 재명명해 오늘날까지 불리고 있다.

미2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파죽지세로 국군이 사지에 몰려 있을 때, UN군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여했다.

특히 전세 역전의 전환점이 되었던 지평리 전투에서 큰 전공을 세워 첫 번째로 평양에 입성한 군대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2사단은 전사자 7,094명, 부상자 16,237명, 전쟁포로 1,516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러야만 했고 실종된 186명은 여전히 그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휴전 이후 미2사단은 군사요충지였던 의정부를 비롯한 동두천 등 경기북부에 자리 잡게 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유일한 전투 사단이다.

미군기지들은 전쟁의 폐허에서 가진 것 하나 없이 피난길에서 돌아온 시민들에게 생존을 위한 서광이었다.

주민들은 초기에 미군기지 주변에 정착촌을 세우면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도움을 얻었다.

1980년대까지 의정부에는 가능동 일대를 중심으로 미군을 상대로 한 업종이 많았다.

미군들을 위한 옷가게, 식료품점, 연회장, 음식점 등이 주를 이뤘다.

2사단 장병들은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영어캠프를 열어 사교육을 받기 힘든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주고 부대 내 다양한 행사에 초청해 미국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또한 매년 초겨울이면 사단장과 참모진 등이 솔선수범하여 저소득층을 위한 김장담그기 행사에 참석하여 소외된 이웃을 함께 돌보기도 했다.

미2사단은 국가적으로는 대한민국 핵심전력의 일부를 담당하는 한편,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오랜 친구였다.

함께해 온 시간이 짧지 않았던 만큼 그 간 의정부지역 주민과 나눈 추억도 다양하다.

이에 의정부시에서는 설과 추석 등 민족 고유의 명절이 되면, 가족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근무하는 2사단 장병들을 위해 명절 음식을 함께 나누고 장병들을 위문하는 등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시는 지난해 10월26일 의정부역 역전근린공원에 한미우호증진 상징조형물 및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타임캡슐 매설식을 가졌다.

타임캡슐은 의정부시와 미2사단에서 각각 마련한 시정백서, 의정백서, 각종 홍보물 및 사진첩, 기념주화, 군복 및 군화 등의 수장품을 수집해 제작했으며 매설일로부터 100년 후인 20117년 10월 26일 후대에 의해 개봉될 예정이다.

미2사단이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계획에 따라 본부를 포함한 모든 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하는 것이 결정됐다.

캠프 카일 등 5개 기지가 이미 이전을 완료했고 현재 남아있는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 나머지 3개 기지도 오는 10월 말에 이전을 완료하게 된다.

미2사단의 이전 완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의정부시는 그야말로 시원함과 섭섭함이 교차하고 있다.

도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였던 미군 부대가 이전하는 것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함께 동고동락했던 장병들이 있기 때문이다.

환송음악회에는 2사단 장병들뿐만 아니라 미2 사단과 자매결연한 26사단 장병들이 함께 참석하여 한·미간 두터운 우정을 과시하였으며, 대극장 1, 2층을 가득 메운 천여 명의 시민들은 미2사단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한편 평택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축하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환송사를 통해 "지난 53년 주둔해 온 미2사단은 국가안보의 핵심 전력이자, 우리 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며 긴 시간동안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헌신해 온 미2사단을 대표하여 스콧맥킨 미2사단장에서 감사패를 전달했다.

스콧 맥킨 미2사단장은 "의정부시는 미2사단에게 매우 특별한 동반자였다. 떠나는 우리를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동하였으며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미2사단의 기지 이전이 완료되면 그 간 각종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 하던 미군 부지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으로 변모할 것이다.

이미 광역행정타운을 비롯한 과거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도심 내 이전부지에 대한 개발이 속속 이루어져 미2사단이 주둔했던 캠프 레드클라우드(CRC) 이전을 시발점으로 본격적인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며 오는 2019년에는 의정부시의 면모를 일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오동에 위치한 캠프 카일과 캠프 시어스는 광역행정타운으로 조성되어 경기북부지방경찰청, 한국석유관리원, 국민건강보험공당, 의정부 준법지원센터 등이 이전 완료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의정부소방서를 비롯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부지계약을 마치고 설계를 진행 중이다.

또한 의정부동에 위치한 캠프 홀링워터 부지는 역전근린공원으로 조성 되어 독일로부터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이 설치되는 등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캠프 에세이욘 부지는 을지대학교 캠퍼스와 국내 굴지의 대학 병원이 이미 착공하였으며 캠프 라과디아 부지에는 6차선 도로가 공사가 완료된 후 공원과 도서관이 개발 중이다.

캠프 레드클라우드(CRC)에는 세계적인 안보테마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캠프 잭슨은 세계적인 미술 갤러리를 포함한 예술 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2사단 기지 이전은 한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이자, 또 다른 역사의 첫 페이지이라 할 수 있으며 의정부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의정부=강상준 기자 sjkang1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