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내면은 피부 위에 펼쳐져 있다
검은 벨벳의 윤기와 부드러움을 가진 어두운 말
하나의 행복감이 다른 행복감을 고이 덮는 일
과거와 미래의 차이란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는 벗어날 수 없는 과거
미래는 최소한 한 번 벗어난 과거
나는 지금 너와 내가 서로를 모른 채 눈이 마주쳤을
과거의 우연한 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이 어제일지라도
그것이 몇 생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이 무의미로 충만했더라도
그렇다면 더욱 좋다
지금은 분명 기적이 될 것이다
▶ '너'와의 만남은 무슨 의미일까. '너'의 의미를 이렇듯 잔잔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표현하다니. 이 시에서 시인은 '너'를 만나는 '지금'의 이 순간을 '기적'이라 부르고 있다. '너'라는 존재로 인식되기 전 '너'와의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서로를 모를 채 눈이 마주쳤을"지도 모를 그 순간은 의미가 없다.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친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스쳐 지난 많은 날이 있을 것이다. 그 많은 무의미가 의미가 되는 순간은 바로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순간이다. '너'를 만나는 순간, 지금. 그렇다. 지금이 바로 기적의 순간인 것이다.
/권경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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