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비밀보장 담보 상담 내용 보고·결제 요구
불응 센터장 해임 압박 … 관련회의 보류 지시

 

경기지역 최초의 인권센터인 광명시민인권센터가 민선 7기 들어 '내풍'으로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

15일 광명시와 광명시민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청이 아닌 외부에 독립적 기능을 가진 인권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민선7기 시정혁신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시가 지난 8월 27일 광명시민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 사건 조사를 위한 인권증진소위원회 및 비상임옹호관 회의'를 불과 3일 앞두고 센터장을 통해 돌연 회의 취소를 지시한 것이 인권위원회를 통해 폭로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시는 회의 취소에 대해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센터장이 조사 권한이 없으며, 감사실장과 협의를 하지 않은 것 등을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인권문제의 상담 및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인권센터에 대해 시가 산하부서 중 하나로 인식하고 통제하려는데 있다.

시는 최근 들어 비밀 보장을 담보로 한 인권센터의 상담내용과 상담일지 일체를 감사실에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감사담당관과 부시장, 시장으로 이어지는 결제를 받도록 했다.

상담내용과 상담일지 제출 요구를 불응한 인권센터장은 시로부터 직위해제 검토 등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인권위원회의 회의를 취소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닌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조례 시행규칙을 검토한 결과 인권센터의 상담내용 및 일지 등이 결제를 받아야 하나, 결제 없이 진행하는 관행이 있어 이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인권센터의 상담내용 및 일지는 원칙상 부서장이 결제해야 하는 사항이고, 부서장 및 부시장, 시장의 결제를 득하지 않으면 상담내용에 따른 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며 "시행규칙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규칙에는 독립성 확보와 신속한 구제 등을 위한 경우 감사실장(부서장)과 협의해 센터장이 전결로 사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고, 조례와 시행규칙 내용 어디에도 부서장의 전결이 원칙이라는 내용은 없다. 시 관계자는 "조례와 시행규칙에 전결이 원칙이라는 내용은 없지만, 행정조직에 포함된 인권센터가 부서장의 결제를 득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시의 주장에 대해 광명시민인권위원회는 시가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광명시민인권위원회는 "그간 감사관실에서 인권위원회의 회의에 대해 취소나 보류를 요청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또, 광명시민인권센터를 외부에 두겠다는 것은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고 인권센터 스스로 무너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광명시가 어떠한 이유와 논리로든 그동안 광명시가 대한민국 사회에 있어 지자체 인권체계의 정립과 운영으로 보여준 선도성, 이를 통한 시민의 인권보장과 그간의 성취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궁극에는 시민 인권증진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시는 지난 2011년 제정된 '광명시 인권증진 및 보장에 관한 조례'를 인권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광명시인권위원회 산하 사무국으로 개소한 인권센터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운영비 지원을 위해 감사담당관 산하로 조직을 옮긴 뒤에도 시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해 왔다. 이같은 독립적인 활동으로 광명시민인권센터는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상을 수상하는 등 기초지자체 인권센터 증 모범기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