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천시가 집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천에서 살고 싶다는 시민이 지난 98년의 83.3%보다 현저히 줄어든 6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찌하여 인천이 이처럼 소박데기로 몰리고 있는가. 가장 큰불만이 매연·소음이라 하였거니와 이는 부인 못할 엄연한 사실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서울의 환경공해 또한 인천과 오십보 백보의 차이인데도 여전히 선호하는 이면에는 내재한 원인이 그처럼 단순히 재단할 성질의 것이 아닌 것 같다.
 보다 속마음을 들여다 보면 불만을 상쇄하고도 남는 프리미엄 즉, 서울서 살면 어느 지방 보다 앞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불만은 역설적으로 시민의 심신을 어루만져 줄 이렇다 할 문화공간이 없다는 소외의식과 반비례하는 것이니 이는 배고픔이나 다름없는 마음의 갈증인 것이다.
 항용 말해 오듯 인천은 다양한 지역출신 성분으로 연합된 문자 그대로 광역시다. 그러기에 이에 상응한 다양한 문화적 응집력이 있고 없음은 바로 애향심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인천이 개항이래 외래문화의 창구로 자처하면서도 정작 중앙집권에 이어가는 통과지라는 빈축을 받아 온 것은 자신 있게 붙잡아 놓을 인천적(仁川的) 문화가 정립되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지녀왔던 문화를 타지방에 옮겨 놓으면 종래의 기능을 잃는 것이 상례인 바 이는 특정지방 고유문화의 개성이 강한데서 비롯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경우는 배타적 `텃세""라 할 색깔이 없다는 그 점이 오히려 외지문화를 떨쳐 버리지 못할 이유로 남는다. 따라서 인천 사랑의 시민성향을 정립하자면 오로지 여차한 공백을 메워줄 문화적 연대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긴하고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옹골찬 주장을 펴고있는 일련의 계도가 식자층에 조용히 번지고 있음은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테면 인천일보가 `애향심 제고와 공동체 구축""이라는 기치 아래 돋보이는 계도사업을 이어 전개하고 있음은 방황하는 시민정서를 인도할 길라잡이로 자부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또 인천풍물을 듬뿍 담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가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조폭영화""에 밀려 방황하는 것을 보다 못해 뜻 있는 인천인에 의해서 진가가 재조명받고 있음도 그 보기다.
 무엇보다 인천시의 문화적 시각이 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은 다행이라 할 것이나 실천이 따르지 않는 것은 감질나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음도 잊어서는 아니된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것은 근자에 새얼문화재단이 선보인 `歌曲과 아리아의 밤"" 공연에 답하는 시민의 열기를 대하고 새삼 문화에 굶주려 있음을 실감했다. 지방문화의 고리가 건재해야 내 고장 문화창달이 활성화된다는 하나의 교훈이다.
 흔히 반만년 역사와 전통 그 자체로는 자랑이 못된다 하였거늘 하물며 인천은 그조차 내걸 이렇다 할 문화전통이 없으니 제기된 숙제를 풀어 나가기에 하루를 유예할 수 없다.
 인천신공항 개항과 월드컵 대회 개최를 목전에 두고 세계의 이목이 어느 지역에 앞서 쏠려있는 절호의 기회에 특히 중국이 지닌 잠재력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 이에 있다 하겠다.
 문화가 특수계층의 전유물인 시대는 이미 지난 만큼 시민생활에 문제의 제기를 늦추지 않는 세계 속의 인천시민을 위한 생활 속의 문화의식을 거듭 당부해 마지않는다.
 지용택 이사장은 `새얼""창립 20년을 맞는 내년을 넘보며 “함부로 시작하지 않지만 한번 시작한 일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약관(弱冠)의 기백을 토로한 바 있다. 바로 이러한 젊은 기운이 살아나야 비로소 떠나고 싶지 않는 인천이 재창출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