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학년도 수능시험은 너무 쉬워 무더기 고득점 파동을 치른 데 이어, 2002학년도 수능시험은 너무 어려워 점수의 폭락사태를 빚어 또 한차례 심각한 후유증을 치르고 있다. 대학의 전형방법이 다양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학진학을 결정짓는 최대의 변수이고 보니, 이번과 같은 점수의 폭락사태가 그들에게는 물론 학부모와 지도 교사들에게도 실로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일이었음이 충분히 공감된다. 필자는 수능시험 제도의 도입과정에 깊이 관여하였고, 특히 94학년도와 99년도 수능시험의 `평가담당 부위원장""으로 출제작업에 참여했던 사람이기에, 2년에 걸친 수능 파동에 남다른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렇듯 수능시험이 2년 연속 파동을 겪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수능 출제 팀의 구성방법과 운영체제가 아직 안정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능시험의 출제 팀은 보안상의 이유로 출제작업 직전에야 구성되며, 매년 팀의 50% 정도는 교체해야 하므로 출제기술의 축적과 전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90년대 초부터 수능 출제작업을 주도해 온 `수능 1세대""들이 서서히 물러나는 세대 교체기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1개월 동안 완전 연금 상태에서 작업해야 하는 교수들의 `출제수당""은 상식 이하의 수준에 묶인 채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할만한""교수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지금은 수능시험의 성격과 기능이 단계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도기라는 점이다. 당초 수능시험은 `학교생활기록부""와 더불어 대학 선발시험의 최대 자료였으나, 97학년도, 2002학년도에 이어 2005학년도로 이어지는 대학입학 전형제도의 변화에 따라 대학별 입학자격의 최소 기준을 가리는 `1차 전형자료""로 전화해 가는 과정에서 난이도의 조정에 실패한 셈이다.
 교육당국의 부적절한 정책추진도 빼놓을 수 없다. 3년 전 교육당국이 대학입학은 `무시험 전형""으로 하고,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면서 보충 수업과 모의고사 등을 금지 또는 제한하고 특별활동과 봉사활동 등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도, 우리의 교육현실과는 거리가 먼 부적절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수능 파동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수능시험의 출제기술 축적을 위한 상시 연구체제를 확립하고 출제인력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관리 부서를 대폭적으로 확대 개편하여, 1년 내내 출제의 유형을 연구하고 문제은행을 축적해 가는 일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출제교수에 대한 처우를 현실화하는 한편 고교 교사의 참여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논의되어 온 `표준점수제""의 도입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입학전형에서는 시험점수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상대적 비교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현재의 `원점수"" 체제를 개편하여 표준점수 체제로 전환한다면, 시험점수 자체에 지나치게 민감해 지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에서의 입학전형자료가 전공 계열이나 학과의 특성에 따라 보다 다양화되어야 한다. 직업의 종류에 따라 성공의 요인이 서로 다르듯, 대학 교육에서도 전공 영역에 따라 성공할 수 있는 구비조건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대학의 전형방법이나 자료가 다양하게 요구된다면, 수능 점수에 대한 수험생들의 집착현상도 지금보다 훨씬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