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번 국도는 강화군에서 김포시내를 관통하여 서울에 이르는 도로이다. 여느 도로처럼 여름이면 포퓰러 푸른 가로수길에 가을이면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한적한 길이었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서면서 붐비기 시작 4차선으로 확장해야 했으며 이도 부족하여 곳곳의 곡선 지점을 곧게 펴고 건물이 밀집한 읍면 소재지를 지날 때는 그것을 비켜가는 우회도로를 신설해야 했다.
 그러나 김포읍 일대가 아파트 숲으로 변모한 오늘날 48번의 사정은 더욱 악화되어 있다. 이를테면 주말의 저녁시간 강화도에서 서울로 향하는 도중이라고 치자. 그렇지 않아도 서행하던 승용차는 통진 양촌면을 지나 김포읍에 들어서면서 가다 서다 하기를 반복, 아예 주저앉는 모양새가 된다. 그 넓고 기름지던 장기리 운양리 벌판에 빈틈없이 들어선 아파트들로 교차로마다 신호등만 명멸할뿐 차는 막무가내로 움직일 줄을 모른다.
 이렇게 하기를 거듭 김포공항을 눈앞에 둔 고촌면 경계에 이르러서야 겨우 숨통을 트게 된다. 이같은 사정은 서울을 향한 상행의 경우만이 아니다. 하행길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주말의 오후시간만 그런 것이 아니요 평일에도 사정은 별로 나을 것이 없다. 이런 48번 국도의 심각한 정체 현상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는 아파트단지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그것을 여실히 입증할 결과가 나왔다. 김포지역이 경기도내에서 가구당 승용차가 최다라는 최근의 통계발표가 그것이다. 지난 6월말 현재로 도내 가구당 보유 댓수는 0.59대이나 김포시는 0.82대였다는 것이다. 10가구당 8대를 굴리고 있다는 셈이다. 이같은 승용차의 보유는 서울의 베드타운화한 아파트 세대의 영향일 것이 분명하다.
 자동차는 이동성의 상징이며 차량으로 인해 도시는 확산하고 이동의 폭은 넓어진다. 그러나 자동차가 행동의 자유를 빼앗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이상 자동차는 사람에게 편리한 존재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자동차의 도시는 결코 자랑일 수 없다. 대중교통수단의 강구가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