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온항습장치 없이 10만점 창고 방치
  市 예산부족 핑계 `나몰라라"" 뒷짐만
  李관장 “사재 털어 평생 모았는데…”

 자연을 구성하는 생물과 광물, 그리고 화석 등의 표본을 전시·연구하는 자연사박물관은 북한과 동남아 국가 등 세계적으로 5천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부끄럽게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중 공인된 자연사박물관이 한곳도 없는 나라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구한말부터 3천여종의 동물표본과 2백50만점의 곤충표본이 유럽과 일본 등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지금도 멸종위기에 있는 수많은 동식물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도 지난 95년 4천4백19억원을 투입해 2002년부터 2020년까지 국립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각종 화석과 표본들을 구입하는데 예산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아직도 건설결정을 못내리고 있는 상태.
 그러나 그 사이 개인적으로 보관돼 온 각종 표본과 자료는 별도의 보호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구석진 창고에서 손상돼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사설박물관이지만 10만점 가까운 전시·연구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강화은암자연사박물관의 자료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화군의 임대 예정지 변경에 따른 공기지연과 시설비부족 등으로 가혹한 겨울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곳은 96년 서울시 마포구 수구동에서 한차례 실패를 경험한 이종옥 관장이 남은 사재를 털고 주변의 도움으로 힘겹게 문을 연 사설자연사박물관.
 10만점의 자료들을 5천점씩 2년주기로 교환전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은암자연사박물관에는 전시 대기중인 수백종 4천여점에 이르는 조류표본과 수만점의 곤충류, 패류표본 등이 보안장치는 고사하고 항온항습장치도 없는 조립식 창고에 방치되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당초 군수와 군의원들까지 동원해 적극적인 유치의사와 함께 초기일부시설을 지원했던 강화군에 비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인천시는 뒤늦게 내년에 지원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사이 이곳에선 시설부족 등으로 많은 자연사 관련자료들이 손상되거나 다른 지자체로 팔려나갈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해 이종옥 관장은 “평생 사재를 털어가며 모아온 자연사관련 자료들을 내주겠다는데도 수용할 준비가 안돼 있는 현실이 자연사를 대하는 정부나 행정기관의 입장”이라며 “남은 삶을 자연사박물관 건립에 쏟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는데 요즘은 세상에 속았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원구기자〉 jjlwk@inchonnews.co.kr
어렵게 정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