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복전이 시작된 8일 인천항 4부두. 불과 몇 시간 뒤면 확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지역으로 떠나건만 현대상선(주) 소속 현대어드밴스호(2만1천6백11t급)의 수출화물 선적작업은 평시와 다름 없었다. 승무원들도 아직 현장과의 거리감이 있는 탓인 듯 동요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녁녘, 9일 오전 3시 출항시각이 임박해지면서 수출화물을 싣는 손길이 바빠졌고 최상문 선장 등 21명의 승선원들은 본사 운항관리실과 시시각각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앞으로의 운항일정에 대해 협의하는 등 전쟁터로 향하는 긴장감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배의 운항일정은 본사의 운항관리실에 의해 결정됩니다.”(임창섭(30) 1등 항해사)
 “통상 전쟁지역을 피해 항해일정을 짜지만 간혹 전쟁지역을 거쳐 항해해야 하는 경우라도 운항관리실의 통제에 따르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박수영(55) 갑판장·김상옥(54) 통신장)
 그러나 이런 긴장감 속에서도 출항을 앞둔 승선원들의 심정은 일반인들의 우려와는 달리 그저 담담했다. 베테랑들답게 일상적인 일일 뿐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날 어드밴스호가 실은 수출화물은 삼성전자와 대우전자, 대한전선이 중동지역으로 수출하는 전자제품과 화학제품 등 모두 210TEU에 이르는 컨테이너. 목적지는 아랍에미리트와 파키스탄, 이란.
 선적작업이 거의 끝나자 선원들은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안부전화 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고 잘 있으래이.” 현대어드밴스호 승선원들은 가족들의 무사귀환의 염원을 뒤로 한 채 9일 새벽 페르시아만으로 출발했다.
〈백범진기자〉 bjpaik@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