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쌀 재고누적으로 가격하락에 시달리는 농민들이 또 한차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과 김포지역에서 때 아닌 벼 병충해가 급증하고 있어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수매를 포기해야 하는 딱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당국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듯이 보여 걱정이 앞선다.
 문제의 벼 병충은 `미디표주박긴노린재""로 알려져 있다. 벼의 개화기부터 수확기까지 벼이삭에서 벼알의 배유를 흡즙해 쭉정이로, 그리고 쌀에 까만 반점을 만들어 쌀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리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 서구 경서동 어느 농장의 경우 83만평의 논에서 최근 5만평을 추수한 결과 그중 30% 이상이 반점미였다니 한해 농사를 망친 셈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김포 양촌면에 소재한 농가에서 벼 240가마(80㎏)를 추수했는데 쌀 전체가 까만 반점으로 얼룩져 수매조차 포기해야 할 형편에 놓여 있다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2~3년 사이 이같은 피해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으며 그 피해 면적도 해마다 늘어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데도 어떤 경로로 반점미와 쭉정이가 생겨나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가는 `김포쌀"" 명성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발생경로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휴경지와 휴반 등의 잡초지 증가가 원인이라고 말하는 한편 병충해 방제를 게을리한 탓이라고 언급하는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하지만 이 지역 농민들은 인근 수도권 매립지를 둘러싸고 유독 피해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벼 병충의 전국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감염원인과 경로를 정확히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병충해의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다른 지역의 벼에서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신고가 이루어지고 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당국의 대응은 미흡했다. 근자에 피해가 늘어난 것만으로도 그동안 당국이 벼 병충해 방제에 얼마나 소홀히 해 왔는가를 엿볼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을 강구해주길 거듭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