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참된 인간이 되고 싶은 뜻이 있는 사(士) 또는 인(仁)의 사람은 생명을 아껴 인(仁)에 배반하는 것 같은 짓을 하지 않으며 생명을 던져서 인을 성취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 말은 공자가 진리라고 믿는 것 앞에서는 죽음도 초월하겠다는 결의를 나타낸 말이라 합니다. 우리는 보통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것을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고들 하지요. 이것은 인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다는 성스러움의 표상이며 삶의 극치며 지존의 표현이라 할 것입니다.
 지난 1일 구월동에 위치한 엠파이어 웨딩홀 화재로 화마와 사투를 벌이던 동료 소방대원 2명이 순직하고 1명은 중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분들은 붉은 화염과 시꺼먼 농연 속에서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선두에서 진압활동을 하였고 진정으로 살신성인 정신의 실천가였습니다. 대 명절 추석날 오손도손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울 때 그분들은 근무에 임하려고 가족을 뒤로 하고 출근하였고 이날의 사고는 우리를 더욱더 슬프게 합니다. 특히 성실과 책임감은 물론이요, 모든 생활 면에서 솔선 수범하는 분 들이였기에 안타까움을 더 합니다. 우리사회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신 분들이였고 그러기에 동료를 잃고 살아 남은 자들이 미안함과 슬픔은 가슴을 메이고 또한 유가족들의 오열과 고통이 천지를 진동합니다. 가신 님이시여!
 남은 자들의 어제와 같이 오늘도 또 내일도 님들이 해오신 그 길을 갈 것입니다. 님들이 뿌린 씨앗인 희생과 봉사 정신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며 그것이 주어진 운명이라면 남은 자들은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부디 근심과 걱정 버리시고 평안한 마음으로 가시옵소서! 또한 중화상을 입은 동료소방관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면서 어느 무명소방관의 기도 전문을 적어봅니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신이시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전에 어린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떨고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당신의 귀를 주시어 가냘픈 구조의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그들의 고통까지도 나의 품안에 안을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강만구·인천남부소방서 용현파출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