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12일 미국 테러참사에 대해 수일내 군사적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유력한 배후인물로 꼽히는 오사마빈 라덴을 은닉해 준 아프가니스탄이 첫번째 보복 대상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인구 약 2천5백만명의 이슬람국가로 학생운동조직에서 출발한 회교 근본주의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지난 1996년에 정부를 전복시켜 정권을 잡은 후 영토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탈레반 정부는 테러범 양성소인 빈 라덴의 게릴라 캠프 운영을 지원해 반미, 반기독교 세력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은 지난 98년에도 아프가니스탄을 보복 공격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빈 라덴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아프리카 지역 미 대사관 연쇄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아프가니스탄의 빈 라덴 훈련장을 폭격하고 금수조치를 단행했으나 결국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지난 98년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테러범 뿐 아니라 테러범을 비호하는 국가까지 단호히 처단하겠다는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이번 테러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고있다.
 따라서 미국이 빈 라덴의 혐의를 확보하면 빈 라덴 뿐 아니라 탈레반 정권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보복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같은 보복 징후는 최근 국제적십자사(ICRC) 직원, 외교관 그리고 유엔현지 구호요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엿보인다.
 집권 탈레반 정부는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12일 빈 라덴의 범행증거가 제시되면 빈 라덴의 추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증거가 제시돼야한다는 조건을 달아 사실상 신병인도 불가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같은 탈레반 정부와 빈 라덴의 공생관계는 빈 라덴이 풍부한 재력으로 만성적인 재정부족을 겪고 있는 탈레반 정부를 지원해 주고 탈레반 정부는 반미 테러 활동을 위한 은신처를 제공해주는 등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분노에 찬 미국의 위협 앞에서 빈국 아프가니스탄이 선택 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이 빈 라덴의 혐의를 포착하기에 앞서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거나 아니면 이슬람 형제국들의 지원을 호소하며 성전(聖戰)을 불사하는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