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중 국제여객선을 이용하는 보따리상인들이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양주 등 면세품 수집상들에 대한 경찰의 단속활동이 강화되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로 인해 11일 오전 제1, 2국제여객터미널 주변엔 평소 배가 입항할 때마다 진을 치고 있던 모집상들이 자취를 감췄다.
 인천경찰청과 인천해경은 지난 4일과 7일 국제여객터미널 앞에서 벌인 두 차례 집중단속에서 보따리상인들로부터 발렌타인과 조니워커 블루 등 300여병, 시가 1억3천만여원 상당의 고급 양주를 사들인 수집판매상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등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찰의 이번 단속 강화는 보따리상인들이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쳐 반입한 면세품일지라도 이를 한데 모아 국내에 판매하는 행위는 현행 관세법상 엄연히 밀수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경찰당국이 단속을 강화한 가운데 국제여객터미널 주변에서 만연한 보따리상인과 수집판매상들간의 면세품 거래행위가 사라질 것으로 보는 관계자는 아무도 없다.
 보따리상인이나 면세품 수집판매상들에게는 비교적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일 뿐 아니라 이를 찾는 수요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
 현재 국제터미널 주변에서 보따리상인들이 가져오는 고급 양주와 양담배 등 면세품들을 사려는 수집상들은 인천과 서울, 경기 등 수도권지역뿐만 아니라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면서 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보따리상인들이 양주 1병당 3만~5만원의 웃돈을 받고 넘기면 수집상들은 1만~2만원 정도를 받고 주류 공급상에게 넘긴다.
 비교적 수익이 많이 남는 장사는 아니지만 여기에서 거래된 양주들이 룸살롱과 단란주점으로 판매돼 일반 애주가들이 마시게 될 때는 면세품이란 이유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국제여객터미널의 관계자는 한·중 여객선이 일주일에 인천항에 15차례 입항하고 있어 한 항차당 평균 300병씩의 양주가 반입된다고 볼 때 년간 20만병 이상의 면세 양주가 시중에 나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관계당국은 특별한 동기가 부여될 때마다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이나 선사나 모두 보따리상인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식을 같이 하고 있고 단속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만난 한 보따리상인은 “생계를 위해 머나먼 중국땅을 오가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자신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단속이 강화될 때마다 볼멘소리를 낸다. 이들은 특히 “자신들의 업권이 상실될 경우 모두 노숙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무더기 실업자를 양산시킬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백범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