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트인 초승달 전경…
역사의 숨결 살포시

 1955년 군부대 주둔으로 50년 가까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월미산이 오는 10월 13일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지난 8월 31일 오후에 인천일보 시민기자의 자격으로 군부대의 허락을 얻어 월미산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었다.
 달월(月) 꼬리미(尾), 군부대 입구에서 바라본 월미산의 모습은 길게 늘어져 이름 그대로 초승달처럼, 또 달의 꼬리처럼 생겼다.
 부대 입구에서부터 2차선 도로가 산을 가로지르며 곧게 나 있어서 마치 달의 꼬리가 잘린 모양새다. 잘린 꼬리에 해당하는 오른 쪽 야트막한 산자락은 일제시대 월미유원지가 있었던 곳으로 해수풀장이며 조탕(지금의 해수탕), 요정으로 유명했던 용궁각 등이 들어서서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던 곳이라 한다. 지금은 그 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황량하니 군사시설만 들어서 있다.
 길 건너 왼쪽의 산으로 오르는 길은 차 한 대 다닐만한 넓이로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는데 양 켠으로 벚나무도 심어져 있고 이런 저런 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자그마한 산인데도 산길을 걷는 맛이 제대로 난다. 벙커며 막사, 헬기장 등 여러 가지 군사 시설로 산 군데군데가 볼상 사납게 망가졌지만 큰 나무, 작은 나무, 그 밑에 칡넝쿨이며 풀들까지 들어차 제 세상을 누리는 모습은 인간의 발길이 망가뜨리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산꼭대기는 막사와 벙커, 통신탑, 그리고 맨 위에 참호가 들어서서 훼손이 심하다. 하지만 참호에 올라 서 보니 온 사방이 훤히 트여 속이 다 시원하다. 바다 쪽으로는 연안부두며 송도 LNG 인수기지, 바다에 떠있는 크고 작은 여러 섬들, 인천공항과 영종대교, 율도와 일도의 화력 발전소들, 그 너머 강화도 마니산도 보인다. 남항과 북항, 인천항도 보인다. 뭍으로는 가까이 자유공원과 그 보다 더 우뚝 솟아 자유공원을 누르는 듯한 송현동의 주공 아파트 건물들, 계양산과 문학산, 청량산도 보인다.
 왔던 길을 되돌아 조금 내려가면 왼 쪽 약간 높은 터에 헬기장이 있다. 외세의 침략에 대비해 1708년에 이미 포대가 들어섰던 자리라 한다. 잡풀 우거진 공터 끝에는 군사용도의 전망대로 쓰였을 아주 낡은 시멘트 건물이 세워져 있는데, 꼭대기 층에 오르니 인천항과 남항, 그 사이의 갑문관리소가 손금보듯이 내려다보인다. 컨테이너 야적장이 텅 비어있어 수 년째 어려움을 겪고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특히 대우사태 등으로 더 어려운 인천의 경제사정이 느껴졌다. 그 새 바다와 인천항의 물높이가 거의 맞아들어 막 갑문이 열리고 배가 인천항으로 들어선다. 이 곳을 인천과 항구에 대해 배우는 곳으로 삼는다면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다.
 풀내나는 고요한 산길을 에돌아 내려오며 개방되는 월미산이 개발과 편리함의 잣대로 마구 개발되지 않기를, 역사도 문화도 없이 조잡한 놀이동산이며 호객하는 횟집들, 상가들로 시끌벅적 어수선한 월미도 문화의 거리를 닮아가지 않기를 내내 빌었다. 〈신소영·인천여성민우회〉 yeong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