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이 나라 민주화와 인권 신장에 끼친 공헌은 너무나 크다.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민주화가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서슬이 시퍼렇던 유신독재와 모두가 숨죽이고 두려움에 떨던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도 정의구현사제단은 늘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고통받는 민중들과 함께 했고, 옳은 일을 하다 탄압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힘없는 사람들의 대변자였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조작을 폭로하여 6월항쟁에 불을 당긴 것도 그들이었다. 그래서 정의구현사제단은 우리시대 양심과 정의의 상징이다. 특히 인천은 정의구현사제단의 중심무대였다.
 이 정의구현사제단이 다시 나섰다. 일부 언론들의 `뼈아픈 반성""을 촉구하면서 언론개혁운동을 지지하고 동참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우리언론은 이미 사회적 소명의식을 상실했고 국민의 의식을 지배하고 정치를 조장하는 횡포의 권력으로 변했습니다. 자신을 성역의 기관처럼 생각하고 국민의 조언과 충고의 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제왕과 같은 모습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언론인은 정당치 못한 권력과 부를 함께 누리는 상류계층이 되었으며, 저널리즘은 사라지고 전제주의 독재적 발상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문제가 되고 있는 언론인과 언론사들이 지금까지의 행태를 국민과 독자 앞에 겸손한 반성과 용서로 거듭나기를 요구합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미국 의원 8명이 언론탄압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우리정부에 보내왔다.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들의 오만방자한 서한을 `조 중 동"" 빅3 신문은 1면톱을 비롯해 수개 지면에 걸쳐 도배질하다시피 하면서 대서특필했다. 이들 수구언론들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랬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주권국가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이들의 사대주의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독재시절에 한국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미의원들 수백명이 서명한 공식적인 결의문들을 단 한줄도 내지 않았던 신문들이다.
 정의구현사제단과 미의원 8명의 대결. 승부는 뻔하지 않은가. 사제단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옳지 않은 쪽에 섰던 적이 없다. 그들의 주장에는 도덕성이 있다. 그래서 이번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구언론들이 우리사회에 끼치고 있는 해악은 너무나 크다. 왜 언론개혁이 필요한가는 `조 중 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들의 지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기득권세력들을 옹호하기에 바쁘고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과 지독한 냉전논리에 편향된 컬럼과 기사들로 채워져 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기까지 한다. 지면이 사주 마음대로 사유화된지 오래다.
 언론탄압을 받고 있다는 수구언론들의 강변에는 어처구니가 없다. 웃을 일이다. 후안무치하다. 지금처럼 언론이 자유를 누렸던 적이 있었는가. 기관원이 신문사에 상주하고, `보도지침""이 매일 내려올 때, 아무 소리도 못하던 언론이 아닌가. 오늘의 언론자유를 이루어낸 것은 언론사 사주나 현재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간부들이 아니다. 언론자유를 외치다 거리로 쫓겨난 해직기자들과 이들을 성원하던 독자들이다. 바로 그 해직기자들이 이번 언론개혁운동의 중심에 서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세무조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 마지막으로 남은 성역과 특권화되고 권력화된 집단을 해체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번 언론개혁운동은 제2의 민주화운동이다. 우리언론은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