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선거정책 어젠다] 4 근대 건축물 보존과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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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중구 개항장 거리의 건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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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문화재 제18호 일본58은행 인천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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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 제248호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현 인천아트플랫폼 사무동
개항뒤 세워진 양·일식 등 건물

전쟁으로 파괴 … 개발로 사라져

답동성당 등 일부 문화재 지정

애경사 사태 다시 없도록 막아야


'인천의 근대건축물을 어떻게 보존·활용할 것인가'

개항 이후 인천에는 외국인 거류지가 생기면서 양식, 일식, 절충식 건물이 잇따라 세워졌다. 인천 중구 조계지를 중심으로 점포겸용 주택과 공공·업무용·종교건축물들이 들어섰다. 당시 외국에서 유행하던 평범한 건물로 하나의 건물에도 여러가지 건축양식이 뒤섞였다. 기존의 한식 목조 주택과는 다른 새로운 재료와 기법으로 서구뿐만 아니라 일본과 청국의 설계, 시공 인력이 유입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건축물은 전쟁으로 파괴되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쳐지면서 사라졌다. 그 중 일부는 개항기 기억의 흔적처럼 남아 있으며,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옛모습을 되살려 놓은 것도 있다. 더러는 삶의 공간으로 이용되면서 훼손되거나 쇠락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건축물은 단순히 삶에 필요한 도구가 아니라 당대의 문화적 특성과 지역성이 담긴 문화적 상징물이며, 기억의 저장소이다. 식민지 건물이 갖고 있는 역사나 예술사, 건축사적 가치보다는 그 장소성에 가치를 두고 이를 찾는 이유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근대 건축물에 대한 가치인식 부족과 관리체계 미흡으로 지금도 파괴와 복원이 계속되고 있다. 인천의 근대 건축물은 다음 세대에 전해줄 자산이라는 시각에서 원형의 보존을 추구하되, 건축유산의 다양성과 특수성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근대건축물의 소멸과 보호=인천의 근대건축물이 언제 사라졌으며,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걸까
1883년~1945년 사이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은 대부분 재건축과 폭격, 화재로 없어졌다. 일본영사관(현 중구청)과 인천항감리서(현 아파트), 인천병원(현 인성여고)이 일제감점기에 재건축을 이유로 철거됐다.

1950년대까지는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명분과 전쟁으로 소멸됐으며,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경제개발을 이유로 근대건축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일이 잦았다.

그 당시는 근대건축물이라는 개념이 없었기에 문제제기조차 없었다. 1945~1970년대, 인천신사(현 인천여상)는 일제잔재 청산을 이유로, 세창양행사택(현 맥아더 동상)·제임스 존스턴별장(현 한미수교100주년 기념탑)·영국영사관(현 올림포스 호텔)은 폭격으로, 미두취인소(현 국민은행인천지점)·인천고등학교(현 인천정보산업고등학교)·세창양행(현 중앙프라자) 등은 재건축을 이유로, 송림초등학교(현 송림초)·우리탕 주택(현 빌라)은 화재로 사라진 근대건축물이다.

1980년대 이후 사회적으로 근대건축물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멸 사례는 크게 줄었다. 다만 산곡·부평동 일본육군조병창 터와 신흥동 정미공장 터, 용현동 영단주택·부영주택 터에는 대규모 공영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섰다. 또 신흥동 아사히 양조장 별관·항동 세관창고·신포동 동방극장·신포동 송주옥이 송월동 옛 애경사처럼 주차장 등 공공시설 조성을 목적으로 철거됐다.

1981년 답동성당이 인천 근대건축물로는 처음으로 사적 제287호로 지정됐으며, 일본제일은행 인천지점·인천우체국·창영초등학교 교사·제물포구락부·일본58은행 인천지점·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서도 중앙교회·조병수 가옥 등이 문화재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인천시가 2000년대 이후 보존보다는 활용에 초점을 둔 등록문화재 제도를 시행하면서 문화재로 지정되는 근대건축물이 급증한다. 성공회 강화성당·영화초등학교 본관동·팔미도등대·일본18은행 인천지점·홍예문·성공회 온수리성당·송현배수지 제수변실·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공화촌·인천부청사·제물포고등학교 강당·대화조 사무소·인천세관 창고와 부속동 등이다.

이처럼 보존과 개발의 기로에 선 근대건축물은 제도적 한계와 새로운 제도의 등장으로 기회를 맞고 있다. 근대건축물을 보호하는 유일한 장치인 '문화재보호법' 만으로는 수많은 근대건축물을 보호하기는 무리다.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비지정 근대건축물은 건물주의 관심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제도적 한계로 애경사 철거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나마 2014년 '한옥 등 건축자산 진흥에 관한 법률' 공포에 이어 2015년 '한옥 등 건축자산 진흥에 관한 조례' 제정으로 근대건축물이 갖는 가치를 문화재적 가치뿐만 아니라 자산으로 파악,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됐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뒤늦게 인천시는 이달 중 건축자산 기초조사와 진흥정책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해서 체계적 보전과 관리, 활용을 위한 정책마련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시는 올 연말까지 '인천시 문화유산 중장기 5개년 종합발전계획'을 세워서 제2의 애경사 건물 사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배성수 인천도시역사관 관장은 "개별 건축물의 가치보다는 근대건축물이 밀집분포하고 있는 지역의 장소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신흥동 일본식 가옥 밀집지역과 부평 산곡동 근로자 주택 등 대규모 공영개발에 의해 파괴될 우려가 있는 공간 자체에 대한 보호 및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떠한 건축물들을 후세에 물려줄 것인지, 지역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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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

미래를 준비하는 문화유산 정책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인천의 자부심과 경쟁력은 서울을 포함한 어느 지역보다 앞서 있었다. 인천은 먹고살기 바빠 근대건축물에 대한 관심조차 없던 시절에 근대건축물을 집대성한 '개항과 양관역정'을 발간했고, 근대건축물을 활용하여 시립박물관을 개관한 문화도시였다. 이러한 흐름은 한동안 이어졌다. 인천시는 근대문화유산을 제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문화재로 지정했고, 시민사회는 강좌와 답사를 통해 근대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 전환점이 인천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이다. 근대건축물을 활용하여 창작 예술공간을 조성한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불충분한 기초조사와 욕심이 화를 불렀다. 인천아트플랫폼 조성으로 10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온 근대건축물이 구조안전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속절없이 철거되었다.

근대건축물 활용이 도시재생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했지만, 문화유산을 눈요기 거리로 만드는데 초점이 맞춰져 보존과 활용이라는 근본적인 취지에서 멀어져 갔다. 이러한 현상은 방문객의 증가로 더욱 심화되어 문화유산은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쪽에서는 멸실된 근대건축물을 복원한다고 돈을 쓰고, 다른 한편에서는 근대건축물을 허물고 관광객용 주차장을 만든다고 돈을 쓰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계속 되었다. 그사이 조일양조장, 동방극장, 애경사와 같은 인천의 상징적 근대문화유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도시의 특성은 도시 안에 내재된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삶의 흔적이 담긴 문화유산은 도시의 특성을 결정하는 다양한 인자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도시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경주나 안동처럼 전통문화유산이 많은 도시를 추천할 것이다. 이들 외에도 전통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고장은 많지만, 인천이나 서울처럼 전통과 근대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도시는 적다.

고대에서 근현대로 이어지는 문화유산을 보유한 인천의 문화유산정책이 올바른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문화유산정책이 이미 알려진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해왔다면 앞으로는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고 미래의 문화유산을 만드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부터 착수해야 한다. 연구생태계 구축은 인천 연구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다. 연구는 자료를 바탕으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인천자료가 항구적으로 수집, 보존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문화유산정책은 흘러간 역사를 찾는 일에 국한된 작업이 아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기록하고 남기는 일도 중요하다. 선거 때마다 문화유산정책이 봇물처럼 쏟아지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원론적인 내용일 뿐 구체성을 갖춘 정책은 찾기 어렵다. 그만큼 문화유산정책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천시민은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발전시킨다는 약속이 선거철에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신기루가 아니라, 진정한 오아시스로 만들어내는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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