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을 다 한다는 건, 어찌 보면 불가능한 듯도 보인다. 흔히 `꼴값을 하네""라는 말은 그래서 부정의 의미를 더 강하게 드러낸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사람들은 크고 작은 공간에 들고 또한 운신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적당한 물건이나 사람이 놓이지 않으면 그 공간은 채워졌으나 비어있음과 한 가지다. 힘에 겨운 자리에 놓이게 되었을때는 더더욱 그렇다. 역시 제 각각의 공간엔 적당한 물건이 자리해야 보기에 좋은 법이다.
 얼마 전 인천일보사에서 내게 작은 공간을 하나 내어준다고 했다. 그 공간을 채워 보라는 요구였다. 몇 년째 이곳 저곳에 다달이 원고를 쓰고는 있으나 일천한 알음알이가 금새 들통날까봐 노심초사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터에 주간(週刊)으로 한 코너를 맡아 글을 써보라는 청탁은 내겐 어쩌면 공판의 일정에 든 참고인이거나 피고와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찌 됐든 독자들은 그저 방청객으로 남지는 않을 것임을 안다. 때론 검사의 눈으로, 판사의 심리로 나를 몰아가기도 하고 다그치기도 하리라 본다. 그래 나름의 방책을 정했다. 일천한 알음알이나마 정직과 소신으로 최선을 다해 글을 올리겠다 다짐을 한다.
 `화성의 숨결을 찾아서…""란 이름으로 글을 올리기로 한다. 왜 `화성의 숨결""이라 하는가 하면 화성의 축성을 계기로 수원이 경기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며 오늘에 이른 때문에서이다. 여기서의 화성이란 성(城)으로서의 `화성(華城)""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 수원의 참모습을 드러내기 위하여 수원의 면면을 말하자면 화성을 말하게 될 것이다. 화성하면 정조(正祖)를 말하게 될 것이다.
 `화성의 숨결을 찾아서…""는 수원의 참모습을 알아보고자 하는 목적에서 기술될 것이다. 필자가 역사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다. 기존의 수원 혹은 화성과 관련된 글들이 주로 수원과 화성을 역사적 시각에서 소개했다면 필자는 좁게는 구비문학의 범주에서 넓게는 문화의 범주에서 수원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크게 나누어 지명유래와 설화, 마을제당, 민요, 민속 등을 살피게 된다. 각 편의 마무리에서는 그 의미를 되짚어 보기로 한다. 예를 들어 설화편의 경우, 정조관련 설화, 지명유래, 자연물, 인공물들에 나타난 의미를 생각하고 정리해 보는 방식으로 기술하게 된다. 이는 화성과 정조 관련설화들을 통해 화성축성의 의미와 정조의 인물됨 등을 엿보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의 애정어린 관심과 가르치심을 통해 `화성의 숨결을 찾아서…""가 꼴과 값에 있어 제 모습을 다하게 되기를 바란다. 다음 호에서는 `발가벗고 삼 십리""의 설화를 소개하기로 하며 이를 통해 수원을 알고 수원사람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