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관계에 훈풍 불어넣는 평화주의자
▲ 지난달 27일 주중 한국대사관(노영민 대사)은 민간영역의 교류를 이어가며 한·중관계 복원을 이루는데 노력을 기울인 한팡밍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외사위원회 부주임에게 수교훈장인 흥인장을 수여했다.사진은 지난달 13일 협성대학교 졸업식에서 만난 한팡밍 부주임.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 노영민(왼쪽) 주중 한국대사가 지난 27일 오후 베이징(北京)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한팡밍(韓方明)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외사위원회 부주임에게 수교훈장 흥인장을 수여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국제교류문화원

베이징 대학 시절 장학금 받은 계기로
안중근 연구 … 의정부에 동상까지 기증

국가 간 냉각 시 민간 교류 이끌어내는
차하얼학회 만들어 공공외교 적극 실현

광명시 대륙철도 사업 MOU 체결 등
경기·인천지역 대중국 활동에도 나서

지난 1년간 30차례의 세미나 열면서
남북관계 개선 문제에도 관심보이며
"한반도 평화는 숙원·목표" 밝히기도



한·중 수교 25주년이던 지난 2016년. 한·중 관계가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양국 정부간 대화는 끊어지고 국교수립 25주년 행사마저도 취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영역의 교류를 이어가며 한·중관계 복원을 이루는데 노력을 기울인 중국 정치인이 있었다.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외사위원회 부주임이자, 차하얼학회(察哈爾學會·The Charhar Institute) 회장인 한팡밍(韓方明·51) 부주임이 그 주인공이다.

한팡밍 부주임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7일 주중 한국대사관(노영민 대사)에서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았다.

한 부주임이 한반도 평화와 한·중 우호교류 증진에 기여했다며 어려운 시기에도 다양한 교류행사를 적극 개최하고 참여하는 등 양국 관계 개선에 힘써 한·중 관계를 정상화해 나가는데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 훈장을 수여했다고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 부주임은 이 자리에서 "포용과 박애의 정신으로 한·중 관계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달려가겠다. 제 평생의 목표인 한반도 평화사업에 일생을 바쳐 목표를 실천해 나가겠다. 대한민국의 훈장을 무겁고 영광스럽게 받겠다"고 말했다.

훈장 수여 전인 지난 13일 화성 소재 협성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한팡밍 부주임을 만났다.

한 부주임은 졸업식 전날인 12일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경기를 관람했다.

그는 "경기의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과 북한이 함께 팀을 이뤄 경기하는 모습은 외국인인 저에게 굉장한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한국 관중들과 북한응원단이 함께 응원을 하는 모습은 너무도 멋졌다"고 말했다.

한 부주임은 중국 내에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 각 분야를 두루 섭렵한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불린다.

그가 한반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베이징 대학을 다니며 안중근 의사 장학금을 받은게 계기가 됐다.

그는 "안중근 의사의 업적과 사상을 연구하면서 그의 독립정신과 동양평화사상에 대해 더욱 깊게 알고 더욱 존경하게 됐다. 그 후 김구 선생께서 이끄는 임시정부,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연구하며 한국의 애국지사, 선열들이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을 주저하지 않는 정신에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친 한 부주임은 지난해 차하얼학회를 통해 안중근 의사 동상을 의정부시에 기증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공통으로 겪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약탈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부주임은 "한국과 중국은 모두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약탈을 당했다. 항일운동에서 형제처럼 서로 도왔고, 이는 양국 국민 정서 중에서 중요하고 귀중한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과 중국이 함께 일본을 미워하거나 과거의 아픔을 다시 복수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역사에 대해 용서할 수 있어도 왜곡되거나 잊어서는 안된다. 바로 그런 차원에서 안중근 의사 동상을 제작했으며 의정부시에 동상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차하얼학회는 민간영역의 공공외교를 추구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외교 싱크탱크다. 공공외교는 정부가 아닌 국가 간 경계를 허물수 있는 양국의 국민들이 서로 만나 직접 소통하고, 공감대를 확산하는 외교 방식의 한부분이다.

최근 국가간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는데 공공외교가 혁혁한 공로를 세우면서 외교분야에 큰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부주임은 공공외교를 중국에 소개하고, 지난 2009년 차하얼학회를 만든 장본인이다. 차하얼학회는 중국의 민간주도 공공외교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비공식 외교와 국제관계 형성을 위해 중국의 외교분야에 중요한 보완 역할을 맡고 있다.

차하얼학회와 공공외교가 더욱 돋보이는 순간은 정부 간의 소통 및 교류에 문제가 있거나 부족한 경우다.
최근 사드 문제로 인해 불편했던 한·중관계의 가교역할에서 차하얼학회의 역할은 돋보였다.

그는 "지난 양국관계의 급속한 냉각은 결코 정상적인 양국관계의 모습도, 양국국민이 바라는 바도 아니었다. 설립부터 한국과 교류해왔고 비정부 싱크탱크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차하얼학회는 냉각된 양국관계에서 민간교류에 더욱 열을 올렸다. 지난해 1년 동안 50여차례의 세미나와 포럼, 공개 행사 등을 개최했으며 그중 30여 차례가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행사였다.

한 부주임은 "지난해 한국의정부와 민간기구, 대학 등 양국관계 관련 연구기관, 양국관계 및 동북아 지역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양국 인사들과 수많은 교류와 소통을 했다. 양국관계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 부주임은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과의 민간교류·협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광명시와 유라시아 대륙철도 사업 협력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는 중국 상해에서 양기대 시장과 한·중 정책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한 부주임의 제2의 고향과도 같다. 경기도는 한 부주임을 외국인 최초로 국제관계 특별 고문으로 위임했다. 한 부주임은 남경필 경기지사와 오랜 친구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그는 지난해 인천 명예시민으로 위촉되는 등 경기·인천의 대중국교류에도 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경기도는 한국의 중심부에서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저의 고향인 허베이성과도 비슷하다. 한국과 교류하며 많은 친근감이 생겼고 영광스럽게 특별 고문으로 위임 받았다"고 말했다.

인천시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한 부주임은 "인천시는 예로부터 중국과 인연이 많은 도시이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역사적으로도 중국과 많은 교류를 했다. 인천시와는 중국의 유명 언론인, 인터넷 파워블로거들이 인천시민과 만나 교류하는 '인차이나'포럼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주임은 향후 한중관계 발전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비 온 다음에 무지개가 보인다'는 중국 속담을 꺼내면서 "사드 문제는 양국이 서로에 대해 더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양국관계가 냉각되었을 때에도 양국국민들이 여전히 양국관계가 좋아져야 하고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양국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하면 한중관계는 더욱 발전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덧붙혔다.

/인터뷰=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정리=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한팡밍 부주임은 …


한팡밍(韓方明)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외사위원회 부주임은 1966년 중국 허베이성(하북성)에서 태어났다.

베이징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대학에서 포스닥과정을 밟았다.

그는 중국에서 10여년간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힘을 쏟았다. 그는 중국 공산당 양회의 한축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 최연소 위원으로 선출돼 10·11·12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협은 중국의 최고 정책 자문회의로 국정 방침에 대한 토의에 참여해 제안과 비판의 기능을 수행한다. 한 부주임이 속한 정협 전국위원회는 각계각층의 대표 2000여명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5년이다.

한 부주임이 지난 2009년 만든 차하얼학회는 중국의 뿐만 아니라 한·중관계 발전과 동북아 공공외교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차하얼 학회는 중국의 정부·미정부 싱크탱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구로 성장했다.

그는 중국 최대 가전회사 TCL 그룹과 중국 LeTV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공공외교론' 등의 저서도 출간했다. 한 부주임은 전통적 정부 간 외교가 이미 한계가 달했다고 보고 공공외교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