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부두운영회사인 싱가포르의 PSA(싱가포르 항만공사)가 국내 정·관·재계 인사들의 환대 속에 인천에 상륙했다.
 27일 인천시 중구 항동 남항석탄부두에서 열린 기공식에 참석한 많은 인사들은 PSA가 외국기업으로는 국내 사회간접자본시설(SOC)에 투자하는 첫 회사라는 점에서 이유없이 많은 축하를 보냈다.
 그러나 인천내항에서 반세기 넘게 사업을 해오던 많은 기업과 항만관계자, 국내 해운전문가들은 PSA의 등장에 환영과 우려가 교차했다.
 삼성-PSA의 남항컨테이너터미널은 바로 갑문항인 인천내항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며 환황해권 해운시장의 우선권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항터미널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PSA란 이름은 벌써부터 국내기업들을 주눅들게 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과 전문인력, 노하우를 지닌 PSA의 인천 진출은 배후에 있는 국내 수출입 컨테이너화물의 49%를 차지하는 수도권지역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앞으로 세계 해운물류시장의 중심이 될 한중일 물류네트워크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되고 있다.
 PSA는 이미 중국의 다롄(大連)항에 4만t급 선석 4개 규모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고 오는 2003년 개장예정인 일본 기타큐슈의 히비키컨테이너터미널에 대한 부두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현대 해운물류시장의 경쟁이 선점과 차별화로 대변된다는 점에서 PSA는 이날 남항터미널 기공으로 이같은 전략 실현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확보케 됐다는 것이 국내 해운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측 참여회사인 삼성물산보고서에 따르면 PSA는 남항터미널 착공전부터 이미 중국의 코스코사, 대만의 에버그린, OOCL, 덴마크의 머스크씨랜드 등 세계 해운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대형선사들과 접촉하며 해외마케팅을 벌여 왔다.
 항로도 미국과 유럽은 물론 북한의 남포, 중국의 다롄, 톈진(天津), 칭다오(靑島), 상하이(上海)등 세계 주요 지점과 연결되는 노선이 개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남항터미널은 바로 세계로 가는 관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수산부 등 정부는 그동안 인천항이 세계 주요항로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형컨테이너선박이 기항할 수 없다며 투자를 외면해 왔다.
 이런 국내의 분석과는 달리 PSA는 세계해운시장의 변화를 미리 간파하고 한발 앞서 인천항에 대한 투자를 추진했고 이제 느긋하게 그 성과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백범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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